첼시(잉글랜드)와 벨기에 출신 선수의 궁합은 맞지 않는 것일까. 주전 골키퍼 티보 쿠르트와(24·벨기에)가 올 여름 이적을 원하고 있다.
쓰라린 기억이 되풀이 되는 모양새다. 과거 첼시는 벨기에 듀오 케빈 데 브루잉(25·맨체스터 시티)과 로멜루 루카쿠(24·에버턴) '악몽'에 시달렸다. 쿠르트와도 제2의 데 브루잉·루카쿠가 될 처지에 놓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2일(한국시간) "쿠르트와가 팀의 현 상황에 불만을 갖고 있다. 올 여름 이적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르트와는 지난 6일, 내년 시즌부터 첼시를 이끌 안토니오 콘테(47)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팀을 떠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원하는 무대는 스페인 라 리가다. 그는 지난 2011년부터 3시즌 동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임대 선수로 활약하며 세계적인 골키퍼로 발돋움했다. 쿠르트와가 스페인을 그리워하는 이유다.
하지만 첼시 입장에서는 쿠르트와를 쉽게 놓아주기 어렵다. 그의 나이와 잠재 능력을 감안할 때 이적 시장에 내놓는 것은 막대한 손실이다. 더구나 첼시는 과거 쿠르트와와 비슷한 경우로 뼈아픈 눈물을 흘렸다. 데 브루잉과 루카쿠가 그 주인공이다. 케빈 데 브루잉은 이제 맨체스터 시티의 핵심 선수다
데 브루잉은 2012년 1월 겡크(벨기에)를 떠나 첼시에 입단했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 임대를 거쳐 2013~2014시즌 첼시에 복귀했다. 하지만 데 브루잉은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고 2014년 1월 볼프스부르크(독일)로 완전 이적했다.
그는 독일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데 브루잉은 2014-2015시즌 도움 21개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그리고 2015년 여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로 이적해 첼시를 향해 창 끝을 겨누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파리 생제르망(프랑스)을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맨시티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데 브루잉은 첼시에 대한 미련도 없다. 그는 지난해 11월 벨기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첼시에 있었던 시간은 불과 4개월이다. 난 훈련을 열심히 해도 뛸 수 없었다"며 첼시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3월 첼시와의 FA컵 6라운드서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는 전 첼시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
루카쿠 역시 데 브루잉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그는 2011년 안더레흐트(벨기에)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첼시에 합류했다. 하지만 루카쿠 역시 입단 첫 해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듬해 첼시를 떠난 그는 웨스트 브로미치 등에서 임대 선수로 2시즌을 활약한 뒤 2014~2015시즌 에버턴 완전 이적을 결정했다. 그리고 루카쿠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서 18골을 몰아치는 등 특급 공격수로 우뚝 섰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첼시 복귀설까지 돌고 있다. 첼시는 2014년 여름 루카쿠를 에버턴에 보내는 조건으로 2800만파운드(약 456억원)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 그의 이적료는 5000만파운드(약 815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판매한 금액보다 약 두 배 가량의 이적료를 지불해야 루카쿠를 영입할 수 있는 셈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15일 "첼시는 과거 루카쿠와 데 브루잉을 내줬고 올 시즌 이들의 결정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며 "첼시 수뇌부는 쿠르트와 역시 앞선 두 선수와 같은 역효과를 낳을까 매우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