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일어난 지 5년 만에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시작했다. 첫 타자로 검찰 소환조사에 들어가는 업체는 사망자가 가장 많은 옥시레킷벤키저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9일 오전 옥시측 실무진 1~2명을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법인 고의 청산, 연구보고서 조작, 유해성 은폐 시도 등에 대해 조사한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옥시 인사 담당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우선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제조에 직접 관여한 실무자가 누구였는지 등을 파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소환 대상자를 선별한 뒤 PHMG를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하게 된 경위와 흡입 독성을 사전에 알았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또 질병관리본부의 2011년 조사결과를 뒤집기 위해 서울대 등 외부에 용역을 줬던 실험결과를 임의로 왜곡하거나 은폐했는지도 추궁할 예정이다. 검찰은 옥시가 살균제의 유해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다수 파기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자 조사가 끝나면 회사 최고경영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현재 검찰의 수사망에 들어간 업체는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포함해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세퓨 가습기 살균제 등 4개 제조판매사다. 옥시를 시작으로 이번주 중으로 나머지 업체에 대해서도 줄소환이 시작될 예정이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나서야 본격화되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1월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3개월 동안 옥시와 롯데 등 제조사에 대한 수차례 압수수색과 200여명의 피해자 확인조사를 실시했다.
애초에 시민단체와 피해자 가족 측은 지난 2012년 8월 검찰에 첫 형사고발을 했으나 검찰은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2013년 2월 '정부의 피해조사 결과가 나와야 수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에 대해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2014년 정부가 폐 손상 의심 사례 공식 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에도 수사를 재개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지난해 9월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된 옥시레킷벤키저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업체 대표 8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같은 해 10월 검찰이 업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월 특별수사팀으로 확대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시민단체와 피해자 가족 측은 '늑장 수사'라며 비판을 하고 더 강도 높은 수사를 요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피해자와가족모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2012년 8월 피해자들의 고발을 접수하고 3년간 허송세월을 보냈다"며 "정부의 1, 2차 피해조사에서 확인된 14개 제품의 제조판매사 24곳 관계자를 전원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