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승현(34)이 데뷔 10년 만에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KBS 2TV 수목극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와의 진한 전우애를 초코과자에 담아 표현했다. 그 강렬한 존재감은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에 '지승현'과 '초코파이'가 나란히 뜰 정도로 엄청났다. 지승현은 최근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초코파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느냐고 묻자 "밥이었다"고 답했다. 공복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간 지승현은 "배고파서 정신없이 먹었다. 한 번 촬영할 때 10개 정도는 먹은 것 같다"면서 "'고맙소'라면서 먹었는데 누구보다 맛있게 먹지 않았나.(웃음) 송중기와 초코파이 동반 CF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CF를 향한 욕심을 드러냈다.
-'태양의 후예'를 마친 소감은. "촬영 자체가 끝난지는 오래였다. 영화는 시사회를 하면 2~3시간이면 다 보는데 '태양의 후예'는 3개월에 걸쳐서 볼 수 있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볼 수 있었다. 재밌었다. 새로운 느낌이었다. 국민 드라마, 국제 드라마 반열에 오른 드라마의 오프닝을 장식하게 돼 그것만으로도 좋았는데 후반부에 많은 관심을 받아서 더 좋았다."
-가족, 친구, 지인들의 반응이 어떤가. "친구들이 신기해한다. 가족들은 매번 '넌 잘 될 거야'라고 응원했지만 막상 이렇게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이슈가 되니까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표현은 안 하는데 아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 같다."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내가 부산에 산다. 매번 다니는 공항인데도 '태양의 후예' 이후 날 알아보더라. 관심 가져주는 걸 보면서 '드라마의 힘이 대단하구나' 싶었다."
-드라마 합류 계기는. "캐스팅이 조금 늦었다. 1부 첫 스타트이긴 한데 아무래도 사전제작이다 보니까 완벽하게 시나리오가 정리되고 촬영에 들어갔다. 원래 내 역할은 카메오가 들어갈 분량이었는데 고난도 액션신이 많아 제작진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그러던 찰나에 제작 PD님이 날 추천해줘서 감독님과 만났는데 이미지가 잘 맞는다고 해서 대본 리딩 1번 만에 북한군 안정준 상위 역을 맡게 됐다. 캐스팅이 됐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감사했다."
-액션신은 어떻게 준비했나. "액션은 영화하면서 많이 해서 기본적으로 배워야 하는 건 익혀져 있는 상태였다. 다만 단검을 사용하는 게 처음이라 한 달 이상 연습했다. 그 기간 동안 3~4시간씩 (송)중기 씨랑 호흡을 맞추면서 액션 대열을 만들었다."
-고난도 액션 소화 중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액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총 맞는 신이 어려웠다. 총 맞는 신은 옷에 구멍을 내서 폭탄을 설치한다. 감독님의 '액션' 소리에 맞춰 순서대로 폭탄이 터지는데 난 그 순서에 맞게 연기를 해야 한다. NG가 한 번 나면 재설치하는데 1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액션신 자체도 힘들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더 힘들었다."
-북한 사투리는 어떻게 준비했나. "평소 캐릭터의 말투를 만들기 위해 녹음을 많이 하는 편이다. 사투리를 무한 반복하면서 연습했다. 송중기 씨가 맡은 유시진 캐릭터와는 비슷한데 반대의 신념을 지닌 게 안정준이었다. 그래서 좀 더 무겁고 진중하다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끝을 끊으면서 목소리를 잡았다."
-가까이에서 본 송중기는 어떤 배우였나. "뭐든 열심히 하는 배우였다. 연기도 좋고 목소리도 좋았다. 특히 액션 연기는 자기 스케줄을 빼면서 어떻게든 맞춰서 잘 만드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진구 씨와 함께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했다. 주변 스태프들을 잘 챙기더라. 현장에 혼자 있을 수도 있었던 나인데 잘 챙겨줘서 고마웠다."
-1회 첫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중국 버전은 다르다고 하더라. "중국에는 북한이 나오면 안 된다. 그래서 중국 버전에선 1회가 아니라 13회에 내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설정이 한국과 조금 다르다. 과거 송중기와 합동 수행을 했던 제3세계 한국계 군인으로 나온다. 대사로는 영어와 한국어를 사용했다. 이재용 선배와의 대사는 영어로 더빙했다. 공을 많이 들인 1회 액션신이 중국에서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나머지 30개국에선 볼 테니 괜찮다."
-개인적으로 남다른 의미가 남을 것 같다. "드라마 1부 오프닝을 장식했다. 남북 대치 상황신 이후에 13회, 14회 방송 전 송송커플(송중기, 송혜교)이 쏘는 회식에 참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찍었던 분량이 방송되지 않아 불안했다. 나오는 게 맞나 싶어 감독님께 확인했다. 감독님이 나온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13회, 14회를 아내랑 집에서 TV로 봤다. 너무 신기했다. 이렇게 이슈가 되는 것도 신기했고 '진짜 북한 사람을 섭외한 것 아니냐'는 칭찬도 신기하고 감사했다. 요즘 들어 잘생겼다는 말도 듣는다. 역할이 좋아서 사람까지 잘생겨보이는 효과를 가져온 것 같다.(웃음)"
-송중기와 진구를 구해주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다. "원래 대사가 없는 장면이었다. 근데 작가님이 마음에 안 드셨는지 그 부분에 마음의 소리를 넣어주셨다. 그래서 종영 일주일 전에 더빙 녹음을 다시 했다. 개인적으로 임팩트가 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국민 히어로들이 등장한 드라마에 엄지손가락 하나 담갔을 뿐인데 많은 관심을 받아서 좋다." -송중기와의 진한 전우애를 보여줬다. "진구 씨랑은 현실에서 있을 법한 달달한 브로맨스인데 우린 남자들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멋진 우정을 보여준 것 같다. 안정준 캐릭터는 자신이 슬픈 걸 모르는 사람이라 더 슬프게 느껴졌다. 그런 부분에서 송중기 씨가 볼 때 더 쓸쓸하게 보였을 것이다. 작가님이 감정선 연결을 잘해주셔서 편하게 연기했다."
-지승현에게 초코파이란. "밥이다.(웃음) 사실 1회에도 송중기 씨를 기다리면서 초코파이를 먹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시간 때문에 편집이 돼 입에 넣는 것만 나왔는데 그때 10개 정도 먹었다. 14회엔 송중기 씨가 날 구해주고 이별의 선물로 준 초코파이를 '고맙소'라면서 먹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배고파서 맛있게 먹었다. 그때도 10개 정도 먹은 것 같다. 군대 갔던 남자들은 느꼈을 것이다. 초코파이가 군대에서 엄청 생각난다. 누군가 툭 던져줬을 때 '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점은. "10년째 무명이라면 무명 생활을 해오고 있다. 인지도가 있어야 캐스팅이 되고 그러는데 인지도가 부족해서 밀린 적이 많았다. 하지만 휘둘리지는 않았다. 연기자니까 연기를 열심히 하면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었다. 10년 동안 쌓아온 게 헛되지는 않았다고 느꼈다. 천천히 가고 있기는 하지만 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스스로를 응원해주고 싶다. 사실 작년에 많이 지쳐 있었는데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딸이 둘 있는 아빠다. 첫째는 5살, 둘째는 올해 2월에 태어났다. 첫째 낳고 지금의 회사와 계약했고 둘째 낳고 '태양의 후예'가 잘 됐다. 복덩이들인 것 같다. 아빠니까 현실적으로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열심히 오디션을 보고 있다. 내 인생에서 오디션은 무한 반복이겠지만 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