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엔 있고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엔 없는 게 있다.
지난 19일 국내에서 공개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이하 캡틴 아메리카)'엔 다채로운 이야기 거리와 볼거리로 넘쳐났다. '캡틴 아메리카'가 12일 미국 LA에서 시사회가 열린 뒤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와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이 혹평을 받았던 이유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캡틴 아메리카'가 공개되면서 '배트맨 대 슈퍼맨'에게 의문의 1패를 안겨준 셈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마블사가 선사하는 종합선물상자나 다름없다. 우선 '배트맨 대 슈퍼맨'에 비해 월등히 많은 히어로들이 등장한다.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을 필두로 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 팔콘(안소니 미키),호크아이(제레미 레너),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앤트맨(폴 러드),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워 머신(돈 치들), 비전(폴 베타니), 등이 대거 등장, 머릿 수로 시선을 압도한다. 여기에 신상 캐릭터까지 추가됐다.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와 블랙팬서(채드윅 보스만)을 보는 재미까지 쏠쏠 하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팀으로 나뉘어 대결할 때 각자 가진 주특기를 살려 대결하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어떤 능력을 가진지 다 알고 봐도 흥미롭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로 혹평을 받았다면, '캡틴 아메리카'는 그 반대다. 1년에 걸친 대본 작업의 힘 덕분인지 스토리에 힘이 있다. 액션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왜 팀을 나누게 됐는지 어떤 오해와 갈등이 있는지를 친절하게 풀어낸다. 히어로들의 행동에 정당성도 부여한다. 아이언맨의 강연에 찾아온 국방부 인사부 소속의 여인은 아들 사진을 보여준다. 어벤져스가 사람들과 지구를 지킨다는 명분하에 싸우는 동안 죄없는 아들이 죽었다며 울분을 토해낸다. 이후 아이언맨은 무고한 희생자가 계속 생기기 때문에 어벤져스의 활동에 규제를 두겠다는 정부의 법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여러차례 목격한 정부의 실패를 계기로 정부가 어벤져스를 감시, 관리한다는 '슈퍼히어로 등록제'에 동의할 수 없다며 맞선다. 등록제에 사인하는 순간 어벤져스를 지킬 수 없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 여기에 다른 히어로들은 각자의 신념으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어맨을 지지하는 팀으로 나뉘게 된다.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 정의 때문에 싸우고 어이없는 포인트로 화해하는 배트맨과 슈퍼맨의 이야기와는 확실히 다른 대목이다.
시종일관 무겁기만 한 '배트맨 대 슈퍼맨'과 달리 '캡틴 아메리카'는 마블 특유의 유머코드도 담아냈다. 코믹한 상황과 대사로 웃음을 준다. 가장 큰 웃음 포인트를 하는 히어로는 스파이더맨이다. 새롭게 등장한 어린 스파이더맨은 주체할 수 없는 수다와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다. 평소 말이 많기로 유명한 아이언맨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아이언맨이 스파이더맨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때 "숙제해야한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장면도 코믹하다. 스파이더맨이 캡틴 아메리카 팀과 대결을 하는 내내 신기해하고, 까불대는 모습도 웃음을 자아낸다. 처음 히어로들을 만나 신기해하는 앤트맨의 모습도 재밌다. 아이언맨이 수트를 벗은 앤트맨에게 "누구냐"고 묻는 장면도 폭소를 자아낸다. 러닝타임 147분. 12세 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