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26일까지 4승16패에 그치며,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성적이 좋지 않다보니 세부 수치 역시 모두 최하위권이다. 마운드는 유일하게 6점대 평균자책점(6.12)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 0.259은 9위지만, 홈런(11)·타점(67)·득점(71)·장타율(0.359)·출루율(0.335)은 모두 꼴찌다.
특히 장타력 하락이 심상치 않다. 25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홈런(15→10개)과 장타율(0.385→0.359)이 모두 떨어졌다. 한화는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신성현이 9회 솔로 홈런을 때려내기 전까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한 자릿 수 홈런을 기록했다.
신성현의 홈런으로 10개째를 채웠지만, 리그 홈런 1위 루이스 히메네스(9개·LG)와 1개 차이에 불과하다. 팀 내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1군 2년차 신성현(3개)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거포들의 침묵이 가장 큰 문제다. '부동의 4번 타자' 김태균은 19경기를 치르면서 1개의 홈런도 날리지 못했다. 26일 대전 KIA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날렸다. 3할대 타율(0.324)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장타율은 0.432에 불과하다. 김태균은 전형적인 홈런 타자는 아니다. 힘보다 정확한 타격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지난해까지 13시즌 동안 12번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시원한 헛스윙만 되풀이 한다. 빅리그 통산 71홈런을 기록한 슬러거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지난 8일 마산 NC전 홈런이 유일무이하다. 국내 투수들의 변화구 승부에 대처를 못하고 있다.
볼넷 3개를 얻는 동안 삼진은 무려 24개를 당했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한화는 로사리오의 '공격력' 하나만 보고 영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로사리오 대한 점수는 '낙제'에 가깝다.
최진행과 이성열 등 한 방 능력을 보유한 외야수들도 침묵하고 있다. 최진행의 타율은 0.364으로 빼어나다. 하지만 홈런은 1개에 그치고 있다.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다. 선발보다 대타 출전이 많았던 탓도 있다.
이성열은 시범경기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약점으로 지적된 선구안도 나아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자 그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마수걸이 홈런 소식은 요원하고, 선구안은 다시 나빠졌다. 17경기에서 볼넷 1개를 얻는데 그쳤고, 삼진은 16개를 당했다. 득점 기회에서 대타로 나서고 있지만 방망이는 헛돌기 일쑤다.
한화의 홈런 실종을 두고 여러 원인이 지적되고 있다. 잦은 특타로 인한 체력 저하가 우선 꼽힌다. 원정을 가면 경기 전까지 특타를 실시했고, 홈에서는 경기 종료 후 휴식이 아닌 타격 훈련을 이어갔다.
특타에 많은 시간을 쏟다보니 상대적으로 웨이트를 할 시간은 부족하다. 떨어진 체력을 보강하기 어렵다. 간판타자 김태균이 2015년 8월 23일 이후 51경기 연속 무홈런을 기록한 건 의미심장하다. 한 야구 관계자는 "비유하자면 충전이 되지 않은 배터리다. 훈련 반복으로 에너지가 소진됐지만, 다시 채우지 못하고 있다.베테랑 선수일수록 휴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주 원정 6연전에서 특타를 생략했다.
일찌감치 승부가 갈리는 경기가 속출하면서, 타격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는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잦은 선수 교체와 라인업 변경으로 타격감 유지가 쉽지 않다. 여기에 김성근 감독은 큰 스윙을 선호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한화 타선은 전통적으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선수 이름값으로는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