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는 두드러지지 않는 기록이 하나 있다. 바로 번트다. 성공을 시켜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타수에도 제외돼 타율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팀이 받는 타격이 크다. 승부처라면 더욱 그렇다. SK 외야수 조동화(35)는 이 스트레스를 최소 200번 이상 받았다.
그는 지난달 30일 고척 넥센전에서 번트 1개를 추가하며 KBO 역대 4번째로 개인통산 번트 200개를 성공시켰다. 김용희 SK 감독은 "200개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세월이 흘렀고, 의미가 있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박진만 SK 수비코치도 "팀을 위한 고참의 희생"이라고 기록을 극찬했다.
-쉽지 않은 기록인 것 같은데.
"처음 1군에 올라와서 잘 하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시작했다. 그런데 계속 하다보니까 몸에 배어서 일단 번트 사인이 나고 그러면 자신감이 생긴다. 실수하면 더 화가난다."
-번트가 스포트라이트는 받는 기록이 아닌데.
"희생번트는 말 그대로 희생하는 것 아닌가. 선수마다 자기개 해야할 게 있다. (정)의윤이나 (최)정이 그리고 (박)정권이 같은 중심타자는 홈런치고 타점 올리고, 1,2번은 출루해서 빠릿빠릿한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난 타격의 에버리지가 높은 선수가 아니니까 팀이 필요로 할 때 번트를 대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김민재 코치 기록이 가시권인데 욕심이 나지 않나.
"올해는 힘들 것 같다. 선수생활 할 때 뭐라도 하나 가지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양준혁 선배가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기록들이 있지 않나. 번트는 두드러지는 기록은 아닌데 그런 기록이라도 하나 가지고 있으면 은퇴하고 그럴 때 좋을 것 같다. 솔직히 욕심난다."
-조동화에게 번트란.
"나의 길? 그걸로 시작했고 그걸 하고 있고, 앞으로도 가야하는 길이다."
-번트 사인을 받는 건가.
벤치에서 하라고 사인을 내진 않는다. 그게 나와서 대는 게 아니라 기습번트식으로 하는 게 많다. 기습번트를 해서 안타가 되면 그만의 스릴이 있다. 박해민(삼성), 정수빈(두산), 이대형(kt) 같은 선수들도 다 비슷할 거다. 그게 또 팀에 도움이 되고 그런다."
-후배 중에 가장 번트를 잘 하는 선수는 누군가.
"정수빈이다. 수빈이는 자세에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2스트라이크가 되도 할 수 있다는 여유가 있다. 내가 만약 내야수라면 긴장 많이 했을 거다."
◇KBO 역대 번트 톱5 --------------------------- 순위 선수 개수 --------------------------- 1 김민재 229 2 전준호 216 3 박종호 215 4 조동화 200 5 박진만 196 ---------------------------- *기록은 4월30일 기준, 조동화만 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