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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492.스타의 생명력
수많은 스타들이 생겨났다 사라진다. 오래 사랑받는 스타가 있는가 하면 반짝 스타로 끝나는 사람도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왔던 나는 스타들과의 인연도 적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스타가 되기 전 아무도 스타가 될 줄 몰랐을 때 만난 인연들이다. 워낙 배우 지망생, 연예인 지망생이 많다보니 내가 그들에게 잘 해주면 주변 지인들이 말리곤 했다.
90년 대 뉴욕에서의 일이다. 유명 분식점에서 여배우 J를 만났다. 그녀는 그 당시 출연 작품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하지만 아직은 신인인 여배우였다. 그녀는 어디서 들었는지 “가극 ‘눈물의 여왕’을 제작하신다면서요? 제가 출연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라고 물었다.
당시 J양을 주인공으로 쓴다는 건 모험이었다. 워낙 쟁쟁한 배우들이 캐스팅됐기 때문이었다.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J양은 TV드라마, CF 등에서 예쁜 여자 연예인으로 이름을 알려졌을 뿐 가극에 필요한 연기와 노래 실력은 아직 검증받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J양이 큰 여배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 번 J양에게 주연을 맡겨봅시다.” J양은 ‘눈물의 여왕’에서 열연했고 훗날 나의 예언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성장했다.
이와는 반대로 1987년 한 꼬마 여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나를 찾아왔다. 특별히 예쁜 구석이 없었던 평범한 소녀였지만 예술적 자질만큼은 눈에 띌 정도였다. “아저씨, 저 유명한 스타가 되고 싶어요. 돈 많이 벌면 엄마한테 다 드릴 거예요.” 당돌한 그 아이는 후에 아역 배우로서의 자리를 탄탄히 굳히더니 소원대로 성인이 되자마자 초특급 스타 대열에 우뚝 올라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자주 뵙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성공 후에 연락이 끊어졌고 몇 번의 부침을 겪더니 최근에는 가정문제로 팬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사실 스타는 말 탄 마부와 같다. 말은 주인을 태우지만 동시에 주인을 떨어뜨리고 싶어 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대중은 말이 돼 스타를 떠받들고 신나게 들판을 달릴 수 있게 해주지만 어느 순간 사정없이 스타를 땅바닥으로 내팽개친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 일반인으로 돌아온 스타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떠받드는 생활을 오래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혹자는 스타는 천리마 옆에 붙은 쇠파리 같다고 말한다. 쇠파리 혼자서는 천리를 날 수 없지만 천리마에 붙으면 천리를 갈 수 있다. 쇠파리가 천리를 달린다고 자신이 천리마라고 착각하는 순간 말에서 떨어진다.
영원한 스타의 조건은 무엇인가.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 생명력이 오래간다고 생각한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평생을 한결같이 팬을 사랑하고 대중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만 스타로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다.
나는 30년간 구명시식을 해 왔다. 그렇게 한 길을 걸어왔기에 구명시식에서만큼은 스타가 될 수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연예기획사에서 수많은 스타들이 세상에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 잠깐 빛나는 스타이며 생명력 있는 스타는 그리 많지 않다.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처럼 나이에 관계없이 꾸준히 사랑받는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언제나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