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 부활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올 연말 서울 시내면세점을 3곳 늘리면서까지 롯데에 '기사회생'의 기회를 줬지만 최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로비 사건에 연루되면서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면세점은 현재 환율 조작에 의한 가격 담합 의혹으로 공정위의 조사도 받고 있다.
또 다시 오너 리스크…이번엔 신영자 이사장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롯데면세점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로비 사건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 대표의 로비 대상으로는 신영자 이사장이 지목된 상태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로 신동주·동빈 형제의 이복 누이다.
검찰은 지난 5일 정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브로커 한모씨를 구속했다. 한씨는 2012년 신 이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정 대표와 계약을 체결, 10억원 이상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롯데면세점 좋은 자리를 배정받도록 해주고, 각 점포 매출액의 3%를 수수료로 받는다는 계약이다. 실제 네이처리퍼블릭은 한씨가 약속대로 소공동 본점에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롯데그룹 측은 이 같은 입점 로비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신 이사장이 몇 억원을 챙기기 위해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입점 청탁을 받았을 리 없다는 것이 이유다.
롯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 심사를 앞두고 있는 롯데면세점에는 대형 악재될 전망이다. 입점 로비 이슈로 면세점 운영의 투명성,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1월 월드타워점의 재허가를 앞두고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결국 특허권을 두산그룹에 뺏긴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월드타워점 특허를 잃었던 롯데면세점이 또 다시 오너 리스크에 빠졌다"며 "전례에 비춰 볼 때 또다시 '괘씸죄'에 걸리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담합' 논란도
롯데면세점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신라·SK 등 다른 면세사업자들과 함께 가격 담합을 벌인 협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는 11일 심사 결과를 발표를 할 예정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을 비롯한 이들 업체들은 2008~2012년 사이 외환은행이 고시하는 원·달러 환율을 무시하고 임의로 원·달러 기준 환율을 정하는 방식으로 가격 담합을 벌였다.
문제는 롯데면세점의 태도다. 공정위 조사 당시 롯데면세점은 매일 제품 가격표를 바꿔 달아야 하기 때문에 편의상 업계 기준 환율을 사용했고, 환율 변화에 따라 환차손과 환차익이 모두 발생할 수 있다면서 담합 사실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최근 공정위 발표를 앞두고 자진신고 시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제도인 '리니언시'를 신청했다. 과징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한 꼼수를 부린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담합 기간에 발생한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내야 하는데, 리니언시가 적용되면 과징금을 50~100% 감면 받을 수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에 사업권을 다시 내주면 안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연이은 논란으로 인해 롯데면세점의 신규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사업권을 쉽사리 내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롯데 봐주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면세점을 늘려 기회를 줬는데 롯데 스스로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라며 "사업권 재도전에 앞서 롯데면세점 스스로 사업권을 받아도 마땅한 기업인지를 물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관세청은 최근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대기업 3곳을 추가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이달 말에서 6월 초 신규 면세점 특허 공고를 게시하고 특허심사위원회의 심사 절차를 거쳐 연말까지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