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시즌 시작부터 에스밀 로저스와 안영명이 부상으로 이탈해 선발진의 전력 약화를 피하지 못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선발진 전력 약화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 마운드를 운용했다.
선발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퀵후크'라 불리는 빠른 투수 교체로 버티기 작전을 구사하고자 했다. 사실상 선발 투수는 첫 번째 투수에 가까웠다. 그러나 김 감독의 계산은 빗나갔다. 선발 투수가 경기 시작부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일찌감치 승기를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한화 선발진의 경기당 평균 이닝은 3이닝에 불과하다. 7일까지 시즌 29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발 투수가 5이닝 이상을 소화한 건 5차례 뿐이다. 마에스트리와 송은범이 각각 두 차례 5이닝 이상 투구를 했고, 심수창이 한 차례 5이닝을 버텨냈다.
자연스럽게 나머지 6이닝은 불펜진의 몫이 됐다. 한화 불펜 투수들은 연투와 3연투를 반복하며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구속은 급격히 떨어진 모습이다. 벌써부터 불펜진의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참담한 상황 속에 구원군이 도착했다. 로저스가 팔꿈치 통증을 털어내고 지난 8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했다. 5⅓이닝 동안 9피안타를 내주고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그러나 90개를 던지며 건강한 복귀를 알린 점은 희망적이다. 한화는 제대로 된 1선발 투수를 드디어 갖추게 됐다. 로저스를 시작으로 마에스트리-송은범-심수창-이태양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구축됐다.
로저스의 복귀는 선발진에 여러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5인 로테이션이 구축되면서 닷새 휴식이 보장된다. 이전까지 1선발 역할을 맡은 마에스트리는 거듭된 나흘 휴식 후 등판으로 구위가 떨어졌다.
로저스에게 1선발을 넘기고, 닷새 휴식을 취하며 등판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에이스 투수의 존재는 다른 투수들에게 심적으로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
한화 선발진에서 재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태양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5이닝 이상 소화 능력이 있다. 선발이 최소 5이닝 이상 버텨줘야 불펜진의 부하를 줄일 수 있다. 시즌 후반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마운드의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에이스 로저스의 복귀가 선발진의 퀵후크 감소로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