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이 아닌 곳에서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의 모습을 보는 건 드문 경험이다.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는 슈틸리케 감독과 마주치는 건 더욱 그렇다.
슈틸리케 감독이 오랜만에 그린 위에 섰다. 9일 열린 축구인골프대회에 참가한 슈틸리케 감독은 "올해 처음 골프를 쳐본다.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다"며 미소를 보였다.
"골프는 자연 속에서 하는 스포츠라 좋다. 골프를 치는 순간에는 다른 모든 걸 잊을 수 있다"고 자신만의 '골프철학'을 밝힌 슈틸리케 감독에게 이날은 짧지만 즐거운 휴식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골프를 치면서도 그의 머릿속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대한 밑그림으로 가득했다. 당장 스페인(6월 1일), 체코(5일)와 유럽 원정 평가전을 앞두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전은 굉장히 중요한 테스트가 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보였다.
그동안 줄곧 "져도 좋으니 유럽 강호와 붙어봐야한다"고 주장해왔던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전을 앞두고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비록 A매치 소집기간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겹쳐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은 이번 평가전에 나서기 어렵지만 스페인 대표팀의 주축 바르셀로나가 있으니 충분하다는 얘기다. 결과에 관계 없이 정상급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는 것만으로도 최종예선을 앞둔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번 대회에 함께 참가한 이용수(57) 기술위원장도 "스페인의 좋은 선수들이 많이 빠지겠지만 그래도 강한 팀이기 때문에 좋은 스파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유럽 원정 평가전 2경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역시 코앞으로 닥친 최종예선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에서 우리는 대단히 터프한 그룹에 속했다. 경쟁이 치열할 건 불보듯 뻔하다"며 "카타르는 비전있고 좋은 팀이며 우즈베키스탄이나 이란도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다. 여기에 박주호(29·도르트문트), 김진수(24·호펜하임), 이청용(28·크리스탈 팰리스) 등 유럽파가 최근 많이 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솔직히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최근 경기서 골을 터뜨린 기성용(27·스완지 시티)과 손흥민(24·토트넘)의 소식이 위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고무적인 소식"이라며 내심 반기는 기색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님이 유럽파 선수들이 뛰지 못하는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수와 교감뿐만 아니라 에이전트와도 충분히 상의 중"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