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등 국내 주요 면세점들이 5년 동안 국산 제품의 가격을 달러로 표시할 때 적용하는 환율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국산품 원화판매가격을 달러표시 가격으로 전환하기 위한 적용 환율과 시기를 담합한 8개 면세점 사업자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호텔롯데을 비롯해 부산롯데호텔, 롯데DF글로벌, 롯데DF리테일, 호텔신라, 동화면세점, SK네트웍스, 한국관광공사 등이다.
적용환율이란 면세점의 국산품 원화가격을 달러 가격으로 전환(면세점에선 달러로 가격 표시)할 때 기준이 되는 환율을 말한다. 시장환율보다 적용환율이 낮으면 면세점이 이익을 보고, 높으면 손실을 입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면세점 사업자들은 2007년 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4차례에 걸쳐 유·무선 전화 연락을 통해 국산품 적용환율과 시기를 결정했다. 면세점들은 총 63개월 동안 담합을 해왔는데 38개월(60.3%)은 합의한 적용 환율이 시장 환율보다 낮아 이득을 봤다. 반면 25개월(39.7%)은 적용 환율이 시장 환율보다 높아 손해를 봤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담합에 참여한 신라는 2011년 5월에, 롯데·동화 등 나머지 7개 면세점 사업자는 2012년 2~3월에 담합을 중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19조에 의거 시정명령(행위금지명령, 정보교환금지명령)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제재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공정위가 적발한 가격담합 사건의 경우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들이 담합을 한 건 사실이지만 손해를 본 기간도 있었고 실제 판매가격은 환율보상 할인, 판매촉진 할인 등 다양한 할인으로 달러표시 가격대로 판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재신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면세점들이 적용 환율을 담합해 가격 경쟁이 제한됐지만 최종 판매단계에서 다양한 할인 등이 이뤄져 달러 표시 가격대로 판매되지 않았다"며 "적용환율 수준이 시장환율보다 낮은 경우뿐 아니라 높은 경우도 있어 이 사건 담합으로 인한 부당이득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