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노래방 애창곡 '섹시한 남자'를 불러, 20여년간 대중에게 사랑받은 그룹 스페이스A. 하지만 이 그룹의 원년멤버 김현정·박재구·제이슨이 함께 활동한건 불과 1년여밖에 되지 않는다. 김현정과 제이슨이 2집 활동을 끝으로 팀을 떠났고, 박재구만 남아 간간이 신곡을 내놓은게 스페이스A의 전부였다.
그 만큼 짧지만 강한 그룹이었다. 그리고 16여년만에 이 세사람이 다시 만났다. JTBC 인기 프로그램 '슈가맨'을 촬영하면서다. 출연을 결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특히 일반인으로 돌아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김현정을 설득하는 작업이 그랬다. 무려 8개월이나 섭외 요청을 받은 끝에 성사됐다. 그래도 좋았다. 오랜만에 동생들을 만나고 무대에 서서 라이브로 노래하고 나니, 지난 세월 묵혀놨던 한 같은게 시원하게 풀리는 듯 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현재 같은 곳을 보고 있다. 오랜만의 방송 출연에 대한 여운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지만, 신곡 발표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데뷔 하던 시기의 얘기부터 물어볼게요. (김현정) "원래 더원 오빠랑 여자 멤버랑 래퍼 오빠까지 있는 3인조 혼성그룹이었어요. 근데 이 여자분이 노래하는걸 힘들어해서 여자 멤버를 구하다가 제가 합류했죠. 사장님이 DJ 출신이라 나이트 노래를 좋아하셨죠. 클럽에서 노래가 훨씬 많이 나왔고 반응도 더 좋았어요. 그 당시에는 일본에도 건너가서 활동을 했고요. 그래도 인기는 별로 없었죠. '입술'로 하다가 잘 안되서 '주홍글씨'로 활동곡을 바꿨는데 반응이 더 좋았어요. 그렇게 번 돈으로 2집을 하게 된거죠."
-그리고는 멤버 교체가 있었겠네요. (김현정) "랩하던 오빠가 춤추다 허리를 다쳤어요. 춤을 못추게 되니까 교체가 필요했죠. 우리팀이 전반적으로 데뷔했을때 늙어보인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하하. 전 20살이고 더원 오빠는 24살이었는데요. 실제 나이를 얘기해도 방송 나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다른 팀에 있던 젊어보이는 오빠가 영입됐는데, 이번에는 더원 오빠가 팀을 그만둔 거예요. 회사에서 연습을 하는 에이팀 비팀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젊고 재능있는 친구들을 찾아서 올린게 제이슨과 재구였어요. 그러면서 제가 리더가 됐죠."
-박재구 씨와 제이슨 씨는 2집에 합류를 하고, 기분이 어땠나요. (재구) "사실 좀 싫었어요. 전 힙합을 하고 싶었는데 오디션 보고 나니, 스페이스A란 그룹에 있더라고요. 팀을 알고 있었는데 랩이 좀 촌스럽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사장님이 네 파트는 바꾸고 싶으면 바꾸라고 하더라고요. 그 자부심에 했어요." (제이슨) "우연하게 하게 됐어요. 엑스틴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오디션을 보러가자고 했어요. 둘이 랩을 짠게 있는데 오디션에서 그걸했고 둘 중에 제가 선택됐죠." . -2집에서 '섹시한 남자'가 대박이 났죠. (김현정)"행사가 많았어요. 새벽에 들어갔다가 오전 6시에는 나오는 상황이 반복됐죠. 앨범을 내고 활동하다, 활동이 끝나면 행사를 시작하잖아요. 근데 우리는 활동과 행사를 병행했어요. 그게 좀 힘들었던거 같아요. 우리가 활동해서 번돈으로 앨범을 제작는 느낌인데, 체력적으로 힘이 좀 들었죠."
-더원씨는 1집 활동때 500만원을 벌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어요. (김현정) "1집 때는 500만원이 맞을 거예요. 우리가 뜨고 있어도 거의 무료로 행사를 했어요. 2집때부터는 그래도 외곽 지역에선 페이를 받았거든요."
-'섹시한 남자'의 인기는 얼마나 뜨거웠나요. (박재구) "그 당시보다는 지금이 더 잘되는거 같아요. 그때보다 지금 더 대우를 해주는거 같고요. 지금을 더 인정해주는거 같다. 아마도 세월이 지나면서 이 곡이 노래방 애창곡처럼 계속 나오고, 잊혀졌던 사람들이 다시 나오니 더 반가워하시는게 아닐까 싶어요."
-두 사람은 또 팀을 나가게 돼요. (제이슨) "개인적인 사정으로 녹음중에 나가게 됐어요. 집에 사정이 좀 있었거든요. 사실 지금 생각하면 큰일도 아닌거 같은데, 후회가 되기도 하죠. 허파에 바람들었을 때니까요. 앨범 활동과 행사는 따로 하는게 순서인데 우리는 같이 했어요. 그게 좀 힘들었어요." (김현정) "행사가 많았고, 전 특히 학교를 다니고있었거든요 교수님이 학교 언제오냐고 전화오고 시험을 못보니 대신 프린트를 바닥으로 제출하고 그랬어요. 그래도 점수가 잘나오지는 않았고요. 그 당시에는 '공부를 해야할때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 당시에는 저도 많이 어렸죠." (박재구) "전 뭐 다 나갔는데 나까지 나갈 계기가 없었어요. 사장님이 믿음을 주기는 했어요. 랩에 대해서는 믿어주고 파이팅 해줬죠."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김현정) "중간에 큰 회사에 들어갈 기회도 있었어요. 한 회사랑 주영훈 오빠랑 앨범에 대해서 얘기하고 박선주 언니한테 레슨을 받고 있었어요. 근데 PD사건이 터지면서 회장님이 미국으로 도주를 했어요. 그 다음에는 선주 언니에게 트레이닝만 받았죠. 2년 정도 친하게 지내다보니 '너 앨범 하지 말고 나랑 같이 보컬 트레이닝을 하자'는 제안을 주시더라고요. 그 때가 스물일곱 정도였어요. 근데 가수를 포기하고 선생님으로 가기에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더 해볼게요 했는데 그러고서는 시간이 훌쩍 갔죠. 2008년도에 결혼하고 아이도 둘 낳았고요. 이제 8살, 5살이 됐어요. 아마도 선주 언니가 하자고 했을 때 했다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들기는 해요." (제이슨) "미국에 가서 디제잉 공부를 했어요. EDM 음악도 했는데, 한국에서는 DJ가 너무 많아서 활동이 쉽지 않더라고요. 연예인 타이틀을 걸어야되는데 나 혼자 걸수 있는 타이틀도 아니고요. 그러다 식당도 하고 여러 사업도 했어요. 지금은 지인형이랑 악세서리 사업을 해요. 음악 활동은 더원 형 앨범 피쳐링을 딱 한번 한 것 말고는 없네요." (박재구) "스페이스A를 꾸준히 했고 하고 있더라고요. 어느 순간이 되니 저 혼자만 있었어요. 포기를 하고 먹고 살아야하니 다른 일을 하다가도 또 기회가 오고 또 기회가 오고 하는 거죠. 2년전에 '섬머드림'이라는 곡을 자체 제작했고, 그때 1년 준비했어요. 최근까지 활동을 했고요. 우리가 해체를 한적은 없어요. 스페이스A는 항상 프로젝트성 그룹으로 남아있어요. 스페이스A를 치면 멤버가 너무 많이 나와요. 최종적으로는 지금 이 세 멤버 완전체로 가고 싶어요."
-'슈가맨'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박재구) "저와 제이슨은 하고 싶었어요. 서로 연락도 가끔은 했고요. 그러다 '슈가맨' 작가에게 전화가 와서 멤버랑 연락이 되냐고 묻더군요. '섹시한 남자'를 불러주길 원하더라고요. 문제는 현정 누나였는데 작가가 자기가 찾아보겠다고 했어요. 전 사실 안될거라고 생각했어요. 누나랑 연락이 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근데 찾았더라고요. 4개월 만에 연락이 왔어요. 찾았다고요. 그래서 저도 누나를 만나게 된거죠. 근데 누나가 고민을 했어요. 괜히 나갔다가 좋을게 없을 수도 있잖아요. 이젠 애기도 있고 남편도 있고요. 득보다 싫이 많을 수도 있는데요. 그래서 둘이 누나를 꼬셨어요." (김현정) "제가 SNS는 안하고 있었는데 간간이 섭외가 들어오기는 했어요. 그때마다 '어떻게 찾으셨어요'라고 물어봐서 그걸 싹싹 지웠죠. 근데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죠. 나중에 알아보니 보컬 레슨 학원을 하나 나가는데, 선생님 프로필을 보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서울도 아닌 경기도에 있는 학원인데 너무 깜짝 놀랐죠. 원장이 '슈가맨' 얘기를 하길래 '전화 끊으시면 된다'고 몇번을 얘기했죠. 그래도 작가분이 계속 전화를 하더라고요. 이미 애는 둘을 낳았고, 남편 일도 있고요. 방송을 하려면 관리도 받아야 되는데 부담이 있었어요. 3월초에 전화가 왔는데 6월 정도면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죠. 근데 작가분이 그 때되면 슈가맨이 없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제대로 낚인거죠. 그대로 믿었어요. 그래서 4월 중순 이후로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는데, 4월 20일로 날짜를 아예 잡아놓고 전화를 했더라고요. 울며 겨자먹기로 알겠다고 했어요. 한달정도 준비하면서 연습하고 어쩔수 없이 관리도 많이 못받고 아줌마로 나갔죠. 재구가 욕심쟁이에요. 립싱크를 해도 되는 상황인데 라이브로 하자고 하더라고요. 다들 깔아놓고 하던데요. 우린 코러스만 깔아놓고 춤연습도 엄청했어요."
-출연 소감은요. (박재구) "말 때문에 망신만 당했죠. 하하. 할 얘기가 너무 많으니까, 정신을 못차렸어요. 질문에 딴 대답하고 그랬어요." (현정) "재구가 원래 토크 욕심이 많았어요. 2집 활동할때는 제가 말 많이 못하게 했었거든요. 하하." (제이슨) "전 좀 화가 났어요. 솔직히 리허설때는 진짜 잘했었거든요. 노래나 안무나 다 좋았죠. 근데 본방때 실수를 너무 많이했어요. 많이 떨었죠. 옛날에는 녹화중에 실수하면 자르고 다시 가고 했는데 이젠 거의 리얼로 가더군요. 생방처럼 가버리니까 놀랐어요. 노래도 한방, 토크도 한방으로 이어서 가더라고요."
-음원을 발표할 계획은 있나요. (제이슨) "아이돌이 있는데 우리가 경쟁력이 있을까요. 요즘 음악으로 승부를 보는것도 아닌거 같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을 해야하나 생각이 많아요." (박재구) "뭔가 이번에 같이 모여서 준비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원 얘기가 나왔어요. 무리가 안되는 선에서 좋은 기회가 있으면 음원 정도는 발표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부탁드릴게요. (김현정) "다시 방송국에 나오기가 부담스러웠어요. 근데 방송국에서 큰 환대를 받고 녹화를 하면서 재미있었어요. '섹시한 남자'가 16년이 지날때까지 애창곡으로 남아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쭉 애창곡으로 남았으면 해요. 하하. 사실 방송과 관련해서 남편은 안된다는 얘길 많이 했어요. 섭외 얘길 하면 말도 안하고 그러니 굳이 신랑이 싫어하는 일을 할 필요가 있겠나 싶었죠. 근데 이번에는 하고 싶으면 해봐라고 했어요. 그래서 마음의 결정이 수월했죠. 근데 전 지금 평범하게 사는게 행복해요. 음반 하거나 뭘 하면 또 화려한 생활을 기다릴테고 허파에 바람들기 딱 좋죠. 내가 가정에 소홀해질까봐 그게 걱정이 되긴해요.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생각보다. 연습하고 녹음하고 그러면서 '그래 이런 생활도 있었지, 이런 재미도 있었지'라는걸 기억했어요. 제가 가수 활동이라고 하면 힘들고 지친 기억이 많았는데, '슈가맨'을 하면서 좋은 기억만 남게 됐어요. 무대에 다시 서니 참 좋았어요." (제이슨) "재미있었어요. 다시 오랜만에 만나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안좋았던 기억보다 좋은 기억들이 더 많아진거 같아요. 아직도 무대에 올라가니까 설레더라고요. 첫 방할때 보다 더 긴장하고 설렜어요. 어디 한군데에는 다시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있었던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섹시한 남자' 노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아요. 근데 그 노래가 참 고맙네요." (박재구) "'슈가맨'에 감사해요. 그 동안 멤버가 많이 바뀌면서 지금 두 사람이 그리웠어요. 2집때 노래들이 어디가든 달려오니까요. '슈가맨' 덕에 다시 뭉친거고, 저는 그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더 하고 싶어요. 오랜만에 뭉쳐서 활동하니 얼마나 행복했는데요. 그래 이거지 이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꼭 언급하고 싶은 친구들이 있어요. 힘들때 같이 스페이스A로 활동해준 안유진과 한영준이에요. 그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커요. 날 바라보면서 계속 있어줬거든요. 언젠가는 우리 또 다 같이 무대에 설 날이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