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신인상 후보 다섯명이 그 어느 해보다 쟁쟁하다. 영화계서 활동하던 김고은과 박소담은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드라마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상파 드라마가 최고로 여겨지던 시절이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혜리와 류혜영도 마찬가지다. 신인 남자와 마찬가지로 '응답하라 1988' 배우 두 명이나 신인 여우상 후보에 올랐다. 혜리는 전작인 '하이드 지킬, 나'에서 보여준 미숙한 연기를 만회했다. 류혜영도 강하지만 속은 여린 성보라를 연기하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이 가능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지상파에서는 이성경이 유일하게 후보군에 합류했다.
제52회 백상예술대상은 6월 3일 오후 8시 30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된다. JTBC PLUS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며 조인스 문화사업 부문이 주관한다. JTBC·JTBC2로 생방송되며 중국 아이치이서 동시 동영상 생중계한다. 스타센추리·르노 삼성이 협찬한다.(후보자 소개는 가나다순)
◇ 김고은(tvN '치즈인더트랩') 활약이 눈부시다. 영화 '은교'로 데뷔한 이후 첫 드라마를 '치즈인더트랩'으로 골랐다. 제작 초반부터 극성맞은 팬인 '치어머니'에 의해 많이 휘둘렸다. 원작 속 홍설과 김고은의 싱크로율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더군다나 '은교' 이후 출연한 영화 '몬스터' '협녀' 등에서 연기력 논란을 빚기도 해 이래저래 많은 부담감을 떠안고 시작한 드라마. 그럼에도 김고은은 보란듯이 해냈다. 첫방송부터 '개털'이라 불리는 산발과 최소 메이크업으로 카메라에 선 모습은 여배우의 과감한 선택이었다. 붙인 머리칼로 힘든 점도 많았지만 드라마를 위해 견뎌냈다. 극 후반으로 갈수록 드라마 자체의 평가가 좋지 않았지만 그 중에서도 선방한 건 김고은이었다. 영화에 이어 드라마에서도 신인상을 휩쓸까.
◇ 류혜영(tvN '응답하라 1988') 영화계 블루칩으로 불렸다. 2009년 첫 데뷔 영화 '곰이 나에게'부터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잉투기'까지 10여편에 출연했다. 주·조·단역을 가리지 않고 출연하며 내공을 쌓아나갔다. 첫 드라마 '스파이' 이후 '응답하라 1988'로 넘어오면서 쌓아온 내공을 쏟아부었다. 자칫 '여주인공 언니'로 끝날 수 있는 캐릭터지만 맛깔나게 그렸다. 오히려 드라마 초반 류혜영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캐릭터지만 그 안의 속 깊은 장녀로서 책임감있는 모습까지 모두 담아냈다. 때로는 '떽떽'거리며 소리를 지르다가도 자신의 남자친구 앞에서는 한없이 '소녀'스러워진다. 현실과 실제가 구분되지 않는 연기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자양분이 됐다.
◇ 박소담(온스타일 '처음이라서') 영화 '검은사제들'에서 악령이 씌인 소녀는 없었다. 피를 토해내고 괴기한 목소리를 내던 소녀는 '처음이라서'에서 상큼하고 깜찍발랄한 매력을 터뜨렸다. 화려하진 않지만 언젠간 봤을 아련한 첫사랑 속 주인공과 매우 닮았다. 극중 박소담은 생계형 소녀가장으로 대학 진학과 동시에 알바의 달인이 되어 긍정의 힘으로 불행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이 시대의 캔디형 여주인공을 맡았다. 한국 드라마에서 늘 보여지는 캔디 캐릭터지만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기보다 자신의 힘으로 헤쳐나가는 '요즘 캔디'였다. 영화와 드라마 두 부문 모두 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한 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파워 루키'임을 증명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집으로 갈 수 있을 지 기대된다.
◇ 이성경(MBC '여왕의 꽃') 차승원부터 김우빈까지 모델 출신 남자 배우는 많았다. 이성경은 모델 출신 여배우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여왕의 꽃'에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후 힘들어하는 캐릭터를 잘 그렸다. 때로는 악을 지르며 분노했고 때로는 감정을 쏟아내며 눈물을 흘렸다. 총 50회로 긴 호흡이지만 무사히 마쳤다. 첫 드라마 데뷔작인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보여준 또래의 연기가 아닌 복합적인 감정이 섞인 캐릭터.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췄고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데도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했다. 분명 부족한 점은 있지만 배워가는 과정을 잘 보여줬다. 이후 '치즈인더트랩'에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망나니' 캐릭터도 자기 자신으로 소화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 혜리(tvN '응답하라 1988') 모두가 아니라고 했지만 꿋꿋이 해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대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해도 될 만큼 화제성과 관심이 높은 작품. 그 세번째 시리즈은 '1988'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부터 기대는 컸다. 여자주인공에 혜리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드라마를 보지말자'는 반대운동도 있었다. 기특하게도 이런 모든 논란을 딛고 성덕선 캐릭터를 완벽히 그렸다. 공부 잘 하는 언니와 남동생 사이서 치이는 캐릭터를 현실감있게 잘 그려냈다. 둘째로서 갖는 서러움을 폭발하는 생일 장면에서는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류준열과 박보검 중 남편이 누구냐는 의문에 대한민국이 물음표를 그렸다. 보란듯이 여배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혜리의 생애 첫 수상은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