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롯데, KIA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팬덤 규모와 인기에서 '메이저' 팀이다. LG의 전신 MBC를 포함하면 프로 원년부터 참여한 팀이다. 하지만 '엘롯기'의 어감은 좋지 않다. 2001~2008년 페넌트레이스에서 롯데가 4번, LG와 KIA가 각 2번씩 최하위를 차지했다. 그래서 '엘롯기'라는 말이 나왔다.
2008년 이후 롯데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LG는 10년 공백을 뒤로 하고 2013~14년 연속 가을 잔치에 초대받았다. 그리고 KIA는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세 팀은 나란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4~2015년 두 시즌 합산 성적은 LG가 126승으로 6위, 롯데가 124승으로 7위, KIA가 121승으로 8위였다. '엘롯기'는 '범용함'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2015년 5월 16일 현재 세 팀은 반 게임 차로 5위 이하 순위에 뭉쳐 있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 KIA가 딱 5할 승률을 맞췄고, 롯데와 LG은 승수가 패수보다 하나 적을 뿐이다. '선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세 팀 모두 약점이 있다. 기복도 심하다. 야구 만화가 최훈은 "치고 나가는가 싶으면 떨어지고, 힘들겠네, 하면 올라간다"고 표현한다. 위기에서 약점에 대한 해결책이 나온다. LG는 지난 6일부터 열린 NC와의 주말 3연전을 패했다. 불펜진이 무너졌다.
4월 한 달 동안 4점대(4.87)를 유지하던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3경기에서 9.26을 기록했다. 선발 투수 류제국와 스캇 코프랜드도 부진했다. 10일 KIA전에선 믿었던 우규민마저 3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4연패를 당했다. 승차 마진은 '-3'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다시 반등했다. 선발진이 제 몫을 해냈다. 에이스 헨리 소사가 11일 KIA전에서 8이닝 2실점 호투로 팀의 연패를 끊었다. 류제국은 13일 SK전에서 시즌 최다 이닝(6⅓)을 소화하며 1실점으로 막아내 시즌 2승을 챙겼다.
"나도 이해 못하겠다"는 부진을 겪던 코프랜드도 14일 SK전에서 5이닝 3실점(2자책)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LG는 최근 수년 간 마운드의 힘으로 버틴 팀이다. 강점이 살아나고 있다.
타선은 신구 조화가 보인다. 4월엔 새 얼굴들이 활력을 불어넣었다. 5월엔 박용택이 최근 5경기에서 타율 0.571, 이병규(7번)는 0.400을 기록했다. 신예 정주현에게 밀려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손주인의 지난 주 타율은 무려 0.722를 기록했다. 5월은 기존 선수들이 존재감을 증명했다.
롯데는 4월 29일부터 6연패를 당했다. 이 기간 팀 타율(0.193)과 평균자책점(7.41)은 모두 리그 최하위였다. 주전 3루수 황재균이 왼 발가락 미세골절로 이탈한 뒤 급격하게 타선 무게감이 떨어졌다.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의 부진도 우려를 낳았다. 그는 4월 등판한 6경기에서 4패(1승) 평균자책점 7.44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시 5할에 가까워졌다. 최근 8경기에서 6승을 챙겼다. 6일부터 열린 선두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승리했다. 린드블럼이 1차전에서 7⅓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2승을 챙겼다. 그는 12일 넥센전에서도 6⅔이닝 1실점 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중심 타선도 살아났다. '4할 타자' 김문호와 손아섭이 앞에서 기회를 만들고, 4번 타자 최준석이 해결했다. 주전 1루수 박종윤의 부진으로 기회를 얻은 김상호는 5번 타순에 포진된 지난 6일부터 8경기에서 타율 0.412·11타점을 기록했다. 연승을 거둔 12-13일 넥센과 삼성전에선 2경기 연속 4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KIA는 4월까지 9위에 머물렀다. 한 때 승차 마진은 '-5'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잡아야 할 팀은 잡았다. 지난 3일부터 열린 롯데와의 주중 3연전을 모두 승리했다. 타선 침체로 3연패에 빠진 팀을 상대로 승수를 쌓았다. 이어진 넥센과의 주말 3연전에선 3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대 전적에서 앞선 kt에게 2연승, 최하위 한화에게 3연승을 거두며 5할 승률을 회복했다.
5연승 동안 팀 평균자책점(3.60)과 타율(0.333)은 모두 리그 3위. 투수와 타자 모두 제 몫을 다하며 균형 잡힌 전력을 보여줬다. 타선의 선전은 반갑다. 주축 타자 김주찬, 이범호의 활약은 놀랍지 않다. 서동욱, 김호령, 오준혁이 모두 4할 타율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름값을 하지 못한 나지완도 중요한 순간 장타를 치며 힘을 보탰다.
집단 마무리 체제도 아직까진 성공적이다. 리그 최다 세이브(13개)를 기록하고 있는 팀이 KIA다. 김기태 감독은 이전 5경기에서 4패를 당한 뒤 맞은 3일 경기를 앞두고 "지난해 연승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그 감각을 잊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KIA는 5위에 올라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상대 전적도 흥미롭다. LG와 롯데는 지난해 상대 전적에서 절대 열세를 보였던 팀들을 상대로 선전했다. 롯데는 지난해 10패(6승)을 당했던 두산과 삼성에 각각 3승(무패)과 4승(2패)를 거뒀다. LG도 5승(11패)에 불과했던 삼성과 SK에게 2승 3패을 기록하며 승률을 높였다. 특정 팀에게 헌납하던 승수가 줄어들었다. 순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KIA와 롯데는 예비 전력이 있다. 롯데는 부상을 당한 황재균은 17일부터 퓨처스 경기에 나선다. 후반기엔 투수 홍성민, 내야수 오승택 등 부상을 당한 주축 선수들도 돌아올 수 있다. KIA는 윤석민의 복귀를 신중하게 기다리고 있다. 후반기엔 징계 중인 임창용도 합류할 수 있다. LG는 풀타임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을 1·2군으로 순환시키며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