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프런트는 몹시 바빴다. 전해 내셔널리그 꼴찌로 아마추어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승률 0.265)였지만, 이때 전체 1순위 지명권은 양대리그 최하위 팀이 번갈아 행사하는 방식이었다.
드래프트 최대어로는 롱비치대학 투수 제러드 위버(현 LA 에인절스)가 꼽혔다. 하지만 위버는 악명높은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고객이었다. 샌디에이고는 1000만달러 이상 계약금을 원했던 그를 지명할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해 드래프트에는 좋은 선수가 많았다. 대학 최고 타자로 꼽힌 스테판 드류(현 워싱턴 내셔널스), 고교 최대어 호머 베일리(현 신시내티 레즈)도 1순위 지명감이었다. 2년제 주니어칼리지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1라운드 감으로 떠오른 저스틴 벌랜더(현 디트로이트) 역시 생각 해볼만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의 선택은 의외였다. 고교생 유격수인 맷 부시(현 텍사스 레인저스)를 지명했다. 키 180cm로 체격이 작은 편이었다. 그 탓에 유망주 전문지인 베이스볼아메리카의 유망주 순위에서 10위 전후를 맴돌았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의 위성 도시인 엘카혼 출신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불과 2년전 드래프트에서 미네소타 트윈스가 마크 프라이어 대신 연고지 선수 조 마우어를 뽑아 큰 재미를 본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재앙이 된 부시의 지명
샌디에이고의 선택이 치명적인 실수로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부시는 2004년 루키리그에서 타율 0.181에 장타율 0.236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다. 더 큰 문제는 수비였다. 유격수로 출전한 28경기에서 실책이 17개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성이었다. 미성년자 음주, 폭행, 무단 침입, 공무집행 방해 등 수많은 범죄에 연루됐다. 한 바에서 술을 마시다 난투극을 벌여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한다.
그에 대한 평가는 딱 1년 만에 아래로 추락했다. 마이너리그에서 4시즌 동안 0.219/0.294/0.276라는 성적만 남기고 투수로 전향했다. 이때 나이는 21세. 변화를 선택할 수 있는 젊은은 있었다. 공은 기대 이상이었다.
패스트볼 스피드는 시속 99마일(159km)까지 찍혔다. 2007년 루키리그와 싱글A에서 7⅔이닝 동안 삼진 16개를 잡아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오른쪽 팔꿈치에 이상이 찾아왔다. 결국 토미존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마감하고 만다. 수술 직후 그는 술에 취해 샌디에이고 고교에 난입 “나는야, 빌어먹을(fxxking) 맷 부시!”라고 외치며 학교 운동 선수를 폭행한다. 이 사건은 비디오로 촬영되기까지 했다.
샌디에이고는 부시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지웠다. 2009년 2월 부시를 양도선수로 지명했다. 그의 계약을 '양도'받은 구단은 있었다. 왕년의 최고 유망주의 재능을 탐낸 팀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였다. 토론토는 부시를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올리고 재활을 돕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부시는 또다시 팀을 실망시킨다. 그의 파티 분장에 비웃음을 날린 여성의 차에 야구공을 집어던지는 사고를 낸 것이다. 토론토는 4월 1일 부시를 방출했다.
10개월간 무적 신세로 지냈던 그는 탬파베이 레이스와 계약하며 복귀에 시동을 건다. 토미존 수술과 재활을 마친 뒤 부시의 구속은 시속 100마일(161km)을 넘나들었다. 2년만에 더블A까지 승격했다. 탬파베이는 그를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켰고, 스프링캠프에 초청한다. 하지만 부시는 또 한번 팀의 기대를 저버린다.
2012년 그가 낸 사고는 이전보다 더 심각했다. 음주 상태로 72세 노인을 차로 친 후 도주한 것이다. 노인이 헬멧을 쓰지 않았다면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는 사고 현장에서 5km 떨어진 곳에서 체포되었는데, 인근 스트립클럽에 들어가려다가 제지를 당한 직후였다. 법원은 부시에게 징역 4년 3개월을 선고했다. 교도소로 수감된 부시에게는 ‘역대 최악의 1라운드 1픽’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돌아온 맷 부시
수형 기간을 마친 부시는 2015년 10월 출소했다. 트라이아웃에서 어깨가 건재하다는 걸 알렸다. 또다른 ‘1픽 출신 탕아’ 조쉬 해밀턴을 길들였던 텍사스 레인저스가 관심을 보였다. '사고'를 치면 바로 방출된다는 ‘무관용(zero-tolerance)' 조항과 아버지가 계속 그와 동행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부시는 올해 4월 더블A에서 5년 만에 실전투구를 했다. 한 달간 팀의 마무리 투수로 뛰며 5세이브와 2.6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다. 그리고 5월 13일 그는 메이저리그에 승격됐다. 상대는 두 번째 소속 팀 토론토였다. 조쉬 도날드슨, 호세 바티스타, 에드윈 엔카나시온으로 이어지는 토론토의 강타선을 잠재웠다. 이틀 뒤에는 역시 토론토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첫 승리 기록을 얻었다.
이 경기에서 텍사스의 루그네드 오도르가 1루 주자 바티스타의 거친 슬라이딩에 격분해 안면에 '펀치'를 날렸고, 대형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바티스타의 출루는 고의적인 빈볼에 의한 것이었고, 그의 몸을 맞춘 투수가 바로 부시였다. 바티스타는 화가 났지만, 텍사스 팬들은 부시에게 호감을 느꼈다.
메이저리그 첫 세 경기에서 보여준 부시의 투구는 인상적이다. 패스트볼 스피드는 평균 155km/h를 웃돌았고, 슬라이더 역시 평균 148km/h에 달했다. 낙차 큰 커브의 무브먼트도 좋았다. 스탯캐스트에서 제공하는 그의 공 회전수는 2610rpm으로, 메이저리그 평균(2240rpm)을 크게 상회했다.
마무리 숀 톨레슨의 부진으로 불펜에 공백이 생긴 텍사스는 곧바로 그를 접전 상황에 기용하고 있다. 첫 번째 등판은 5점 뒤진 상황이었지만, 두 번째 등판 때는 팀이 2점 뒤져 있었다. 세 번째 등판은 1점 차로 뒤진 상황이었다. 뒤의 두 경기는 팀이 경기를 뒤집은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부시의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10대 시절부터 크고 작은 수많은 사건 사고를 일으켰던 선수다. 음주 뺑소니라는 중범죄까지 저질렀다. 12년 전엔 잠시나마 야구계의 중심에 서 봤던 선수다. 12년을 돌고 돌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다시 섰다. 그는 진정으로 참회할 수 있을까.
임선규(비즈볼프로젝트)
지속적인 스포츠 콘텐트 생산을 목표로 하는 젊은 스포츠 연구자들의 모임. 일간스포츠와는 2014년부터 협력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