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칸 영화제가 22일(현지시간) 폐막했다. 11일 개막해 12일간의 전세계 영화인들의 축제가 막을 내렸다. 한국 영화는 올해 칸에서 맺은 결실이 많았다. 시작부터 좋았다. 총 다섯 편이나 초청됐다. '아가씨(박찬욱 감독)'는 경쟁 부문에, '곡성(나홍진 감독)'은 비경쟁 부문, '부산행(연상호 감독)'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진출했다. '1킬로그램(박영주 감독)'과 '히치하이커(윤재호 감독)'는 각각 시네파운데이션과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칸에서 영화가 베일을 벗을 때 마다 반응도 뜨거웠다. 특히 '아가씨', '곡성', '부산행'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칸 경쟁부문 진출작 '아가씨'는 2012년 '돈의 맛(임상수 감독)과 '다른 나라에서(홍상수 감독)' 이후 4년 만에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영화라는 점에서 이미 많은 걸 얻었다.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지만 전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14일 프레스 스크리닝 때는 티켓을 구하기 힘들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총 2000여 석이 빈틈없이 꽉 찼다. 상영 후엔 한국 영화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아가씨'는 필름 마켓에서 전 세계 175개 국가에 판매되는 쾌거를 거뒀다. 종전 한국영화 최다 국가 판매 기록인 '설국열차'의 167개국 기록을 경신했다.
'곡성'은 칸 현지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역대 비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영화 중 가장 뜨거웠다. 월드 프리미어(상영회) 후 프랑스 대표 양대 영화 전문 비평지인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ema)의 뱅상 말로자는 ''곡성'은 올해의 영화'라고 했고, 포지티프(POSITIF)의 필립 루이예는 '나홍진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줬던 재능을 초월해 악에 대한 거대한 프레스코화를 선사한다'고 호평했다. 메트로뉴스(METRONEWS)는 '2016년 칸 영화제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걸작'이라고 했고, 평론가 제롬 베르믈렝은 '도대체 '곡성'이 왜 경쟁부문에 안 올라갔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악마에 홀린 듯 대단한 걸작'이라고 전했다. 유력 매체 스크린 데일리(SCREEN DAILY)는 '최근 몇 년간의 한국 영화 중 최고라고 부를 만하다'며 높게 평가했다. '곡성'은 프랑스 Chaos Reigns 사이트(www.chaosreigns.fr/cannes2016-valent-films-chaos)에서 진행되는 칸 영화제 기간 8명의 영화 관계자들이 초청작에 남기는 평점에 만점에 해당하는 최고 평점을 받기도 했다.
13일 월드 프리미어를 가진 '부산행' 역시 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부산행'은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이날 상영이 끝난 후 영화 팬들과 영화인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관객과 전문가들로부터 기립박수와 함께 찬사를 이끌어냈다. 월드 프리미어에 참석한 티에리 프레모 칸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역대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었다.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은 경쟁 부문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극찬했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칸(프랑스) 박세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