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은 지난해 도루 60개로 이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구단 역사상 개인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을 새로 썼고, 성공률도 88.2%로 높았다. 대구 팬들은 그런 그에게 스포츠카 제조업체를 빗댄 '람보르미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런데 올 시즌 초반, 거짓말처럼 도루 실패가 많았다. 지난 3일 넥센전까지 성공은 단 1개였던 반면 실패는 6개나 된다. 지난달 13일 NC전에서 첫 도루를 성공시킨 뒤 4차례 연속 실패했다. 류중일(53) 삼성 감독은 "누상에 진루해서 발 빠르게 뛰어줘야 할 선수가 부진하니…"라며 한숨을 내뱉었다.
최근에야 그의 도루 갯수와 성공률이 제 자리를 찾고 있다. 지난 4일 넥센전부터 22일 NC전까지 7차례 도루를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성공률도 이제 50%(57.1%)를 넘겼다. 도루 부문 공동 5위(8개)에 올라있다.
이유 모를 부진으로 박해민과 김평호 삼성 주루코치는 고민했다. 박해민도 "그라운드가 비에 젖은 상태에서 한 번 미끄러진 적 있다. 그 뒤로 뭔가 이상이 있지 않나는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코치도 "박해민의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한참 고민했다"고 말했다.
머리를 맞댄 끝에 결국 문제점을 찾아냈다. 스파이크의 차이였다. 지난해 박해민은 징이 달린 스파이크를 신었다. 올시즌 스파이크엔 징이 없다. 김 코치는 "스타트가 좋아 '세이프다' 싶을 때도 아웃된 적이 있었다. 스파이크는 스타트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스파이크의 징은 땅을 더 강하게 차고 나가는 걸 돕는다. 지면 반력이 강해진다. 징이 사라지니 스타트에 힘을 싣는 데 문제가 생겼다. 박해민은 "스파이크에 영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코치님과 논의한 뒤 바로 바꿨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도 스파이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교체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발 빠른 교타자인 이치로는 주루 플레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벼운 스파이크를 특별 주문 제작한다.
스타트 준비 자세에서도 미세한 차이를 찾아냈다. 김 코치는 영상 분석으로 1루에서 2루까지 가는 데 몇 걸음을 뛰었나를 비교했다. 김 코치는 "지난해엔 열 두 걸음으로 충분했다. 올해는 열 세 걸음으로도 모자랐다"고 설명했다. 스타트 자세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구체적인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비밀"이라고 했다.
심리적인 영향도 이었다. 박해민은 시즌 개막 뒤 4월 한 달 동안 타율 0.173으로 부진했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최하위인 '멘도사 라인'에 서 있었다. 하지만 5월 들어 타율 1위(0.446)에 오를 만큼 타격감을 회복했고, 시즌 타율 역시 0.295까지 올라갔다.
박해민은 "타격이 좋아지니 도루에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4월엔 워낙 출루 자체를 못 했으니 '한 번 뛰어 찬스를 만들어야 하는데'라는 조급함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출루율이 높아졌고, 뛸 기회도 많아졌다. 부담은 자연히 줄었다. 김 코치도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김평호 코치는 박해민의 2년 연속 도루왕을 자신한다. 그는 "해민이가 지난해만큼 출루하면 도루왕에 오르는 것에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박해민의 출루율은 4월 0.218에서 5월 0.493으로 향상됐다. 도루 1위 이대형(kt·16개)과 박해민의 도루 수는 8개 차이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