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15년 만에 관객 곁에 돌아왔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엽기적인 그녀2'는 지난 12일 개봉해 24일 현재 7만1568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수를 기록 중이다. 그렇다면 '엽기적인 그녀2'는 왜 쓰디쓴 흥행 참패를 맛보게 됐을까.
▶전지현의 부재로 인한 전작 팬들의 실망
2001년 전편은 48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 전지현과 차태현을 충무로 대표 배우로 성장하는 밑거름을 마련했다.
하지만 시즌2에는 전지현이 없다. 견우는 시즌1, 시즌2 동일하게 차태현이 출연했지만, 전지현의 부재는 컸다. 두 사람의 훗날 모습을 기대했던 시즌2가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일었다. 특히 전지현이 '비구니'가 된다는 설정으로 뒷모습만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부분은 그저 아쉽기만 하다. 이와 관련, 차태현은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나 역시 '이래도 되느냐?'고 많은 얘기를 했었다. 근데 감독님이나 대표님이 극 중에서 정말 죽이기 싫었다고 하더라. 비구니가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아예 안 나오는 거랑 비구니로 나오는 거랑 뭐가 그렇게 다른지 모르겠지만 죽이기 싫었던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 '엽기적인 그녀'가 인생 영화인 사람들에겐 미안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감독과 제작사 대표의 의견으로 들어간 비구니 설정은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키우는 촉매제가 됐다.
▶감정 몰입 방해하는 빅토리아의 어설픈 한국어
빅토리아는 중국 화교 출신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했다. 극 중 차태현의 첫사랑으로 어린 시절 첫 만남부터 이들이 재회하기까지의 과정이 펼쳐졌다. 어린 시절 이야기는 꽤 유쾌했으나 성인으로 넘어오면서 빅토리아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몰입도가 깨졌다. 중국 사람 설정이었기에 한국말을 굳이 할 필요는 없었으나 갖은 노력 끝에 대부분의 대사를 한국어로 소화했던 빅토리아. 하지만 그의 어설픈 한국어와 감정 연기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따로 노는 느낌을 줬다. 몰입하려야 몰입할 수 없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허술하고 유치한 스토리 전개
시즌1이 엽기적인 그녀와 어리바리한 남자 견우의 우정에서 사랑으로 넘어가는 '썸'이 중심이었다면 시즌2는 취업과 결혼 등 평범한 이야기들이 중심을 이룬다. 평범해서 공감이 가기도 하지만 그 평범함을 넘어서서 허술하고 유치한 스토리가 보는 이들의 손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병원에서 운명처럼 재회한 차태현과 빅토리아의 모습부터 다짜고짜 만난 후 "결혼하자"고 달려드는 빅토리아와 취업 후 곧바로 결혼하는 차태현. 그리고 결혼생활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아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웃음을 전해주기는커녕 뻔한 스토리로 전락해 로맨틱 코미디가 주는 설렘과 웃음이 부족했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엽기적인 그녀'가 성공한 것은 오래전 일이다. 과거 그 영화를 좋아했던 팬들이 속편이라고 다시 보러 가기엔 너무 오래된 영화였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 과장된 캐릭터와 상황들이 펼쳐졌다.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고 평했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