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민은 현재 NC 선발 로테이션의 키 플레이어다. 김경문 NC 감독은 에이스 해커가 팔꿈치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가자 빈자리를 정수민으로 채우고 있다. 물음표가 가득했다. 하지만 임시 선발로 나선 두 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3.72로 호투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김 감독은 "2군에서 진짜 좋다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계속 이닝을 지켜주는 게 좋다"며 우회적으로 정수민에게 기회를 계속 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굴곡진 인생이다. '고교 에이스→실패한 마이너리거→현역 군복무→프로 지명'이라는 과정을 견뎌냈다. 정수민은 부산고 3학년 때인 2008년 7월 시카고 컵스와 51만 달러(6억원)에 계약했지만 어깨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그의 도전은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멈췄고, 2013년 3월 방출과 함께 귀국해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미련과 간절함은 프로 지명까지 이어졌다. 2016년 신인지명 2차 1라운드 8순위 지명을 받고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미국 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괜찮다"며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최근 1군에서 꾸준하게 뛰고 있는데. "원정도 함께 다니고 홈 경기도 치르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재밌다."
-어깨는 괜찮은 건가. "전혀 문제 없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접을 때 어깨 통증이 있었는데. "그때는 폼에 무리가 있었는지 좋지 않았다. 팔 각도도 그렇고 무리해서 힘만 쓰려고 했다. 지금은 투구시 팔 각도가 조금 내려간 상태다."
-마이너리그 때는 볼넷/삼진 비율이 좋지 않았다.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컨트롤을 잘 하지 못했다."
-팔 각도의 문제였나.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미국에서 뛸 때는 거의 머리 높이에서 수직으로 공을 놓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고교시절)에 내가 던지던 원래 자리를 되찾았다. 심하게 올리지 않는다."
-미국에서 릴리스 포인트를 올린 이유가 있다면. "공이라는 게 횡보다는 수직으로 던지는 게 더 위력적이다. 높은 곳에서 릴리스 포인트가 형성되면 변화구의 각도 더 크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접었는데, 아쉽지 않나. "물론 아쉽다. 그렇다고 실망스럽진 않다. 그것도 내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군대를 아직 안 간 동기들에 비해 일찍 군 문제도 해결했고, KBO 1군 무대에 서고 있지 않나. 괜찮다."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왔는데. "힘들었다. 강원도 고성에 있는 22사단에서 복무했다. 최전방이다. 무엇보다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부대 내 있는 시설에서 간단하게 하는 정도였다."
-제대하고 몇 km를 던졌나. "140km가 안 나왔던 거로 기억난다."
-지명 받았을 때 더 기뻤을 것 같다. "현역을 다녀왔고, 운동이 안 된 상태였다. 그동안 꾸준하게 야구를 했던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들도 있고, 경쟁자가 많았다. 같은 해외파라도 공익을 다녀오면서 몸을 만들었던 친구들도 있었다. 내가 그렇게 높게 지명될 줄 몰랐다. 프로에 간다는 것 그거 하나로 기뻤다."
-지명을 받지 못할 거라고도 생각했나. "당연하다. 2년 동안 너무 쉬었기 때문에 그랬다. 시간상 촉박했다."
-언제 제대한 건가. "2015년 3월 3일이다. 8월에 신인 드래프트가 있었으니까 4개월 정도 운동한 셈이다. 해외파 트라이아웃 때 시속 145km가 나오더라."
-올 시즌 최고구속은 어느 정도였나. "넥센전에서는 시속 149km까지 나왔다. SK전에서도 148km는 찍혔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컨트롤이다. 타자들과의 타이밍 승부에서도 뒤지지 않으려고 한다."
-정수민의 야구인생을 9회로 생각했을 때 지금 어느 정도 지났다고 생각하나. "이제 초반이다. 3회 정도?"
-나머지 6회의 목표가 있다면. "야구 인생의 목표는 내 등번호를 가지는 것이다. 영구결번. 군대 가서 생긴 내 목표다."
-군대가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다시 느낀 곳인가. "앞으로 야구를 못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이왕 갈 것 빨리 가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혹시나 군대에서 다칠 수 있고,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나. 다치면 어쩔 수 없지만 잘 다녀와서 최대한 빨리 복귀하자는 생각 뿐이었다."
-나경민(롯데), 김동엽(SK) 등 함께 지명된 컵스 출신 선수들이 꽤 많은데. "종종 연락을 한다. 아무래도 다른팀 유니폼 입고 있는 걸 보면 새롭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구나 그런 생각도 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