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가로스를 방문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윤종신이 내놓은 답이다.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 꽃의 도시 파리의 날씨가 가장 좋을 때 열리는 테니스 대회에 대한 설명으로 이보다 더 적합한 표현이 있을까.
롤랑가로스 한국 홍보대사 자격으로 프랑스 테니스협회의 초청을 받고 파리에서 직접 대회를 관전하고 온 윤종신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지는 표현이다.
19일 파리로 출국한 두 사람은 약 일주일간 대회 이곳저곳을 누비고 각각 25일(전미라)과 30일(윤종신) 귀국했다.
윤종신은 "메이저대회는 처음 가봤는데 대단하더라. 음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테니스 대회라기보다 차라리 체계가 잘 갖춰진 큰 페스티벌처럼 보였다"며 롤랑가로스를 처음 경험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다른 메이저대회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롤랑가로스가 가장 우아한 대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테니스 코트뿐만 아니라 그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즐길 것이 무척 잘 갖춰져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아한 테니스'의 매력에 도취된 윤종신은 이 기간 동안 자신의 SNS를 통해 롤랑가로스 현지의 소식을 쉴 새 없이 전하며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물론 보다 감회가 새로운 쪽은 전미라다. 선수 시절 롤랑가로스의 상징인 붉은 벽돌가루가 뿌려진 클레이(점토) 코트 위에서 라켓을 휘둘러 본 경험이 있는 그는 "선수 때 갔던 것과는 모든 게 달랐다"고 오랜만에 다시 찾은 파리의 추억을 더듬었다.
그는 "선수 때는 긴장 밖에 느낄 수 없었다면 이번에는 설렘이 컸다"며 "그 때 즐기지 못했던 걸 이번에 가서 세세하게 관찰하고 또다른 시선으로 보고 왔다"고 웃었다.
롤랑가로스는 4대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선수들이 사랑하는 대회로 유명하다. "유일하게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대회다보니 플레이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얘기한 전미라는 "올해는 비가 많이 왔지만 날씨도 다른 대회에 비해 항상 좋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주 오픈이나 US 오픈은 정말 더워서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윔블던의 경우 날씨는 좋지만 꽃가루가 많이 날려서 알러지 있는 선수들은 힘들어 했다"고 귀띔했다.
선수가 아닌 홍보대사의 입장으로 그리운 코트를 찾았지만, 함께 뛰던 선수들은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2013년 윔블던 우승 뒤 은퇴를 선언한 마리온 바톨리(32·프랑스)가 전미라를 먼저 알아보고 연락처를 교환하는 등 모처럼 선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 좋은 만남이 많았다.
한국 선수들과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전미라는 "경기력은 준비한 대로 나오는 만큼 다들 잘 싸워줬다"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국제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을 지켜보며 대회 내내 '엄마'의 마음이었다는 전미라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이런 경험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롤랑가로스가 한국을 찾은 것도 장기적으로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해석을 덧붙였다. 롤랑가로스와 한국 테니스의 만남이 계속되면 어린 선수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리라는 선배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