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나온다. 일반인도 나와 노래한다. MBC '듀엣가요제' SBS '판타스틱 듀오' '신의 목소리'의 포맷이다.
그 안에서 풀어내는 방식은 다르지만 세 가지 프로그램은 일반인과 기존 가수가 나와 노래하는 음악 예능이다.
이렇듯 요즘은 '듣는 방송'시대다. 지상파 및 케이블까지 포함해 음악 관련 예능만 10개가 훌쩍 넘는다. 소속사 가수들간의 대결 음악 예능 Mnet '싱어게임' 세대별 가수들의 100초 음악 전쟁 '100초전'은 이름 마저 생소하다. 반면 '히든싱어'는 2012년 첫 시즌을 시작으로 네 번째까지 이끌어왔다. 벌써부터 다섯번째 시즌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은 속이 탈 정도다. 이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거나 오랜 기간 장수하는 프로그램, 혹은 시즌제로 운영된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음악 예능, 절대강자가 없는 예능 시장 속 한계와 기회를 짚어봤다.
◆ 파일럿의 진화
지난해 설특집 파일럿으로 시작한 '복면가왕'은 첫 회부터 반응이 좋았다. 전국시청률 5%부터 시작해 지난 1월 우리동네 음악대장의 가왕이 되던 회차는 17.3%를 기록했다. 1년여간 동시간대 1위를 지켜오던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도 복면 쓴 사람들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올해 들어 평균시청률 14%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카스텐 하현우로 밝혀진 우리동네 음악대장은 9연속 가왕 타이틀를 지키며 '복면가왕'의 화제성을 독차지했다.
KBS 2TV '불후의 명곡'은 2012년 4월 첫 방송 당시 MBC '나는 가수다'를 교묘하게 베낀 것 아니냐는 비난에 시달렸다. 김건모·이소라·박정현 등 7명의 가수들이 나와 경연하는 '나는 가수다'와 마찬가지로 조금 어린 가수들인 아이유·종현 등을 내세웠을 뿐 룰은 큰 차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가수다'가 세번째 시즌 후 사라진 것과 달리 '불후의 명곡'은 5년째 방송 중이다. 중간중간 토요 예능의 절대강자로 불리는 '무한도전'과 경쟁에서도 몇 차례 이겼다.
◆ 시즌제 확립
이처럼 음악 예능이 파일럿을 거쳐 정규 편성이 되면 시즌제로의 전환이 수월하다. 시즌제 음악 예능의 교과서는 JTBC '히든싱어'다. '히든싱어'는 올 1월 네 번째 시즌이 끝났다. 지난해 10월 3일 첫 시작한 네 번째 시즌은 평균시청률 4~5%대를 꾸준하게 유지했다. '나는 가수다' 이후로 좀처럼 음악 예능서 보기 힘들었던 임재범까지 출연했다. 또한 고인이 된 신해철을 사랑하는 팬들과 그의 지인들이 함께 모여 생전의 그를 추억하는 시간을 가지며 감동과 슬픔을 안겼다. 아쉽게도 올해 다섯번째 시즌은 론칭되지 않는다. 조승욱 CP는 "시즌5에 대한 계획은 있지만 하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음치와 실력자를 가려내는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도 어느덧 세 번째 시즌까지 흘러왔다. 지난해 2월 첫 시즌 론칭까지만 해도 큰 관심이 없었으나 진짜와 가짜를 찾아내는 묘한 재미에 시청자들은 푹 빠졌다. 두 번째 시즌 마지막회는 3%까지 시청률이 치솟았다. 한때 대국민 오디션이라 불리던 '슈퍼스타K7' 마지막회 시청률이 0.7%였던 것에 비하면 무려 4배 이상이다. 중국과 대만에 판권도 팔렸다.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일반인이 부각된다는 점이다. 쉽게 들을 수 있는 기존 가수가 아닌 시청자 혹은 잊혀진 가수의 재발견이 더욱 들을 맛 나게 한다.
◆ 후발주자의 불안함
지난 봄 마치 짜기라도 한 듯 MBC '듀엣가요제' SBS '판타스틱 듀오' '신의 목소리'가 나란히 론칭됐다. 사실 주의 깊게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세 프로그램의 차이점을 크게 느끼지 못 한다. 일반인과 가수가 한 팀이 돼 노래를 부르는 기본 포맷이 같기 때문이다. 시간대가 겹치진 않지만 음악 예능에 무료해진 시청자들은 리모콘을 누르기 바쁘다. 세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만 따져봐도 '듀엣가요제' 6% '판타스틱 듀오' 5% '신의 목소리' 4%대다. 아직 6개월도 안 됐기에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가수들의 겹치기 출연도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주말까지 '불후의 명곡'에서 노래를 부르던 가수가 '듀엣가요제'에서는 일반인과 호흡한다. 이런 패턴은 반복된다. 그렇다고 무대가 많아진 가수들이라고 반기진 않는다. 한 가요 매니저는 "오히려 눈치 싸움만 치열해졌다. 음악 예능과 가요 프로그램 출연이 직결돼 있기 때문에 자칫 줄을 잘 못 타게 될 경우 방송사의 눈총을 받게 된다. 설 곳이 많아 좋을 것이라는 건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특정 매니지먼트 전체가 한 방송국에 출연하지 못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한계와 기회
대중문화평론가 이호규 교수는 "한때 '쿡방' '집방' 등이 유행했듯 '음방'도 한때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콘텐츠와 달리 끊임없이 소비되고 생산되기 때문에 유행 시기가 짧진 않을 것이다. '복면가왕'이 음악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었듯 더 새로운 포맷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판타스틱 듀오'는 '히든싱어' 외 어느 음악 예능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선희를 내세웠다. 남녀노소 누구나 아는 '국민가수'이기에 그의 출연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반면 '이선희=판타스틱 듀오'라는 이미지가 강해 자칫 이선희가 하차할 경우 프로그램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요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음악 예능이 장기화 되려면 '히든싱어' 너의 목소리가 보여'처럼 시즌제로 운영하는게 맞다고 한다. 조금 다른 형식의 음악 예능인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도 그 점에 있어서 박수칠 때 떠나게 된다. 파일럿때만 해도 인기를 끌지 못 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고 최근 일일시청률 3.7%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다음달 막을 내린다. 윤현준 CP는 "사실 '슈가맨'은 16부작을 목표로 시작했다. 시청자분들의 뜨거운 성원으로 지금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