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KQCF, Korea Queer Culture Festival)'를 향한 '두 가지 시선'이 있다.
이 축제는 성소수자와 이들의 권리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매년 6월 '성소수자 인권의 달(LGBT Pride Month)'을 맞아 뉴욕과 런던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여는 행사다. 한국 서울에서도 열렸다. 지난 주말인 11일 서울 시청앞 광장. 수만 명의 참가자들이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광장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맞은편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일부 개신교와 보수단체들이 집회를 열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동성애는 스포츠계에서도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슈다. 최근 미국 스포츠계에서 커밍아웃을 하는 현역 선수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금기시 되고 있다.
◇동성애에 마음의 문을 여는 미국
미국 NBC 스포츠는 11일 '축구에서 게이가 문제일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은 물론 전세계 축구 및 스포츠계가 바라보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짚었다. 사실 미국 스포츠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성소수자들에게 관대한 편에 속한다.
메이저리그사커(MLS) LA 갤럭시에 게이 선수 로비 로저스(28)가 뛰고 있다. 로저스는 미국 대표팀 출신으로 2007년 잉글랜드 무대로 넘어갔다.
그는 3부리그 스티버니지 소속이던 2013년 2월 개인 SNS(소셜네트워트서비스) 등을 통해 커밍아웃(Coming out·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과 함께 은퇴를 발표했다. 하지만 LA갤럭시가 그의 영입하면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로저스의 출전은 미국 프로스포츠는 물론 전세계 스포츠계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된다. 버락 오바마(55) 미국 대통령은 "프로 선수 신분임에도 커밍아웃을 선언한 사실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세계인들에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뉴욕타임스는 "흑인이었던 재키 로빈슨이 피부색을 넘어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것만큼 획기적인 사건이다"고 평했다.
미국 4대 프로스포츠(농구·풋볼·야구·하키)에서도 커밍아웃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현역 은퇴를 선언한 미국프로농구(NBA)의 제이슨 콜린스(38)는 2013년 게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프로풋볼(NFL) 세인트루이스 램스의 마이클 샘(20),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매사추세츠대의 가드 데릭 고든(25) 등이 차례로 커밍아웃 대열에 합류했다.
1980년 만들어진 세계 첫 게이 축구단 뉴욕 램블러의 선수 겸 지도자 제프 카우프먼(26)은 NBC와 인터뷰에서 프로스포츠 이면의 '마초(Macho·지나친 남자다움)' 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스포츠계에 동성애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고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 마초 정신이 스며 있기 때문"이라며 "축구계에 게이가 있다고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유럽에서는 여전히 높은 벽
미국을 제외하면 유럽 등 세계 스포츠계는 동성애자들에게 여전히 높은 담을 쌓고 있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게이 축구 선수들에게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잉글랜드에서 뛰던 흑인선수 저스틴 파샤누는 1990년 커밍아웃했다.
그러나 8년 뒤 37세에 자살했다. 그는 부진할 때마다 쏟아지던 팬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그의 자살은 편견의 벽과 무관하지 않았다.
여전히 EPL에는 성소수자 사실을 공개한 현역 축구 선수가 없다. 전 독일 대표팀 출신 토마스 히츨스프레거(31)가 동성애자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현역에서 은퇴한 뒤였다. 스페인에서 활동한 동성애자 축구심판 헤수스 토미예로(21)는 2014년 11월 SNS를 통해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적었다.
이후 배정된 경기마다 관중들의 욕설에 시달렸고 결국 리그 연맹 사무국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토미예로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나는 리그에서 보호받지 못했다"라고 한숨쉬었다. 영국 런던을 연고로 한 스톤월 FC의 제이미 펠드먼(30)은 "거대한 마초 문화가 축구계에 자리잡고 있다. 전세계 스포츠계에서 성소수자는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톱플레이어로 받아들이지 않고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럽축구연맹(UEFA)을 비롯한 각 팀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꾸준히 노력중이다.
UEFA는 2014년 바이에른 뮌헨이 아스널과 경기에서 동성애 혐오 플래카드를 내걸자 "뮌헨의 서포터들이 차별주의적 행동을 하고 사회통념에 반하는 플래카드를 걸었다"며 벌금 1만 유로(약 1500만원)와 일부 경기 구역 폐쇄 징계를 명령했다.
첼시,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EPL 10개 클럽은 '풋볼 대 호모포비아(Football v Homophobia)' 캠페인을 벌여왔다. 리처드 스쿠다모어 EPL 회장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힌 축구 선수도 그라운드에서 뛰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커밍아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유럽은 닫혀 있다. 현장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유럽에 성소수자 선수들이 당당하게 설 수 있는 무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