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셋 째주 주중 3연전 첫 경기. LG, 롯데, KIA가 다시 연합했다. 한 달여 만에 뭉쳤지만 이번엔 좋은 상황이 아니다. 준공식 용어 '엘롯기'가 탄생한 원래 이유가 두드러진다.
지난 14일 세 팀은 처참한 하루를 보냈다. 경기 후반까지 앞서갔지만 불펜진이 무너졌다. 모두 1이닝 동안 대량 실점을 내주고 허망하게 패했다. 이날 팬들 사이에선 이런 식으로 모인 '엘롯기'가 가장 큰 화제가 됐다.
잠실 NC전을 치른 LG는 8회까지 승기를 잡았다. 선발 투수 헨리 소사가 7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10연승을 이끈 NC 타선을 막아냈다. 8회엔 나성범의 적시타로 2-4, 2점 차로 따라붙은 NC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부상에서 복귀한 '셋업맨' 이동현이 1사 1·3루 상황에서 등판해 이호준에게 땅볼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이호준은 올 시즌 득점권에서 타율 0.351로 강했다. 타선은 8회 박용택과 정주현의 적시타로 2점을 다시 달아났다.
하지만 이동현의 복귀전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그는 9회 박석민에게 안타, 용덕한에게 볼넷을 내준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점수 차를 감안하면 승리를 지킬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 임정우마저 무너졌다. 그는 지난 주말 3연전에서 모두 등판했다. 부침이 이날 경기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연속 3안타와 볼넷 한 개를 허용했다. 아웃카운트는 한 개도 못 잡았다.
NC가 5-6, 턱 밑까지 다가오자 다시 투수 교체를 했다. 좌타자 나성범과 에릭 테임즈를 막기 위해 좌완 진해수가 올랐다. 이미 8회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이들 두 타자를 막기 위해 오른 윤지웅이 적시타를 내주기도 했다. 진해수도 다른 결과를 내지 못했다. 나성범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 탈출을 노렸지만, 테임즈의 먹힌 타구가 우익수가 최대로 쇄도한 위치보다 앞에 떨어졌다. 슬라이딩 캐치까지 빗나가며 공이 뒤로 빠졌다. 누상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NC에게 6-8로 역전을 허용했다. 진해수는 이후에도 조영훈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바뀐 투수 최동환까지 더블 스틸에 볼넷 희생 플라이를 내주며 추가 실점을 했다. LG가 9회 1이닝 동안만 8실점을 내줬다. 최종 경기 결과는 7-10, LG 패배.
천군만마 같던 이동현이 대역전패 빌미를 제공했고, 임정우는 체력 부침이 전해지는 투구를 했다. 좌완 투수 임정우-진해수도 흔들렸다. 뼈 아픈 패배였다.
롯데 역시 넥센전에서 1이닝 8실점을 내주며 역전패했다. LG처럼 가세한 전력이 불을 질렀다. 6-1로 앞선 채 맞이한 8회 수비에서 선발 박세웅이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1·2루 위기를 맞았다. 롯데 벤치는 좌완 강영식을 투입했지만, 서건창에게 적시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점수 차가 줄었다. 고종욱에게도 내야 안타 출루를 허용하자, 롯데 벤치는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노경은을 내세웠다.
이 선택은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노경은은 김하성과 윤석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주자 3명의 홈 득점을 허용했다. 대니 돈과의 승부에선 폭투로 득점권 진루를 허용한 뒤 우중간 3루타까지 맞았다.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그가 남긴 주자까지 홈을 밟으며 3실점을 내줬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첫 등판을 치렀지만,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질 법한 투구를 했다. 그와 교체된 이성민도 주효상과 장민석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추가 실점을 내줬다. 박세웅의 승리는 물론 대역전패까지 당했다. 최종 점수는 9-6 넥센 승.
KIA 역시 '대어' 두산을 낚을 수 있는 기회가 경기 후반 무산됐다. 5월까지 잘 돌아가던 집단 마무리 체제에 한계가 오고 있다. 6-4로 앞선 9회 베테랑 최영필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주자가 모였고, 다시 바뀐 투수 한기주가 2사 후 김재환에게 스리런, 닉 에반스에게 백투백 솔로포를 맞고 4실점 했다. 6-8로 KIA가 졌다.
나란히 역전패를 당했을 뿐 아니라 분위기 전환도 실패했다. 세 팀 모두 지난 주말 3연전에서 시리즈 우세승을 상대에게 내줬다. 그나마 LG는 그동안 5할 언저리에서 버티며 4위를 지켰지만, 롯데는 이날 패배로 5할에 6승, KIA는 9승이 필요하게 됐다.
한 달 전인 5월 중순에는 세 팀이 좋은 의미로 회자됐다. KIA는 2일부터 열린 롯데 3연전 전승, 이어진 kt전 위닝시리즈, 한화전 다시 시리즈 전승을 거두며 5할 타율을 지켰다. 나지완이 살아났고, 불안 요소로 보이던 뒷문도 잘 지켜냈다. 롯데는 6연패 뒤 맞이한 1위 두산과의 3연전을 모두 잡고, 주말 삼성 3연전에서도 우세 시리즈를 거두며 침체기를 벗어났다. 이내 5할 승률 언저리를 지켜냈다. LG 역시 선발진이 살아나고, 타선은 젊은 피와 기존 베테랑이 조화를 이루며 선전했다. 15일 기준으로 KIA가 5위(17승 17패), 롯데 6위(18승 19패), LG 역시 16승 17패를 기록했다. 당시 세 팀은 "올해는 다르다"는 기대를 줬다.
하지만 처참한 결과로 다시 거론됐다. '엘롯기'라는 용어는 2001~2008년 페넌트레이스에서 롯데가 4번, LG와 KIA가 각 2번씩 최하위를 차지하면서 처음 나왔다. 그 내용이 좋진 않다. 이후 세 팀은 가각 포스트시즌 진출과 우승을 경험하며 잠시 해체됐다. 하지만 지난해 나란히 7-9위에 머물며 조명됐고, 이날 좀처럼 없는 동반 역전패를 당하며 다시 한 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