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입찰에 참여한 SK네트웍스와 현대백화점이 남몰래 웃고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롯데면세점이 그룹 전반에 걸친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연말 특허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기 때문이다.
'숨막힌' 롯데
14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재승인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오는 12월 특허권 재획득을 노렸지만 최근 검찰 수사에 따라 힘겨운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관세청은 지난 3일 서울에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4곳(대기업 3곳, 중소기업 1곳) 설치하기로 하고 특허신청 공고를 냈다. 접수기간은 10월4일까지다.
사실 롯데면서점은 특허신청 공고가 나왔을 때만 해도 가장 강력한 입찰 후보로 꼽혔다. 월드타워점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호텔롯데가 오랜 면세점 운영경험과 노하우, 안정된 인프라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관세청의 면세점 추가 특허가 롯데를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은 최근 잇따라 악재가 겹치면서 사업권 재탈환이 미궁으로 빠지게 됐다. 롯데면세점의 가장 큰 약점은 창사 이래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게 된 모기업의 상황이다. 비자금 혐의로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면세점 재허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친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구속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20억원의 뒷돈을 받고 면세점 입점 혜택을 줬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롯데면세점은 기업 윤리에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A 업체 관계자는 "면세점 특허 추가 발표할 때만 해도 롯데는 사업권을 '따놓은 당상'인 것처럼 분위기가 흘러갔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바꼈다"며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시장 진출의 기회인데 검찰 수사로 인해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숨트인' SK·현대
롯데가 휘청이면서 영업권을 되찾으려는 SK네트웍스나 ‘재수생’인 현대백화점 등 경쟁업체들은 남몰래 웃고 있다. 롯데 사태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어서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힌 기업은 롯데·SK네트웍스·현대백화점 3곳이다. 여기에 이랜드·신세계·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도 입찰을 검토하고 있다. 최소 4곳의 기업이 오는 10월 4일이 마감인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에게 고르게 기회가 주어진다며 한 자리는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 업체 관계자는 "SK네트웍스는 명분이나 운영능력 면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롯데가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자연스럽게 한 자리는 SK네트웍스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입지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는 서울 강남권을 공략하는 현대백화점도 사업권 확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만드는 구상을 하고 있다.
B 업체 관계자는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은 명동, 동대문, 여의도 등 대부분 강북권에 몰려있다"며 "월드타워면세점이 재탈환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같은 강남권에 있는 현대백화점의 사업권 획득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