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는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원정 경기에 5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1볼넷·2타점으로 활약했다. 시즌 9번째 멀티히트. 시즌 타율은 0.283에서 0.294(102타수 30안타)로 올랐다. 강정호의 활약을 앞세운 피츠버그는 뉴욕 메츠를 4-0으로 제압하고 5연패를 끊었다.
강정호는 신인왕 출신으로 지난해 14승을 따낸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을 완벽하게 눌렀다. 첫 타석에서 변화구를 골라내 볼넷을 얻어낸 뒤 두 번째 타석에서 슬라이더를 공략해 중전 안타를 날렸다.
0-0으로 맞선 6회 2사 1루에서 결정적인 한 방이 터졌다. 디그롬의 94마일(151㎞)짜리 강속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9호 홈런이자 이날 경기 결승타가 됐다. 김선우 본지 위원의 강정호의 홈런을 분석했다.
- 디그롬과의 승부를 어떻게 봤나.
"디그롬은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때문에 경기 중계를 앞두고 '강정호는 변화구를 노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디그롬이 1회 앤드류 매커친과 스탈링 마르테를 상대할 때 구위는 지난해를 보는 것 같았다. 몸쪽 빠른 공을 자신있게 꽂아넣더라.
그래서 '빠른 공을 대처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강정호는 속구와 변화구에 모두 대처 능력이 뛰어났다. 첫 타석에서 디그롬이 속구 승부를 피한다는 걸 알고, 변화구를 골라낸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두 번째 타석에선 슬라이더를 받아쳐 안타를 날렸다. 머리 속에 슬라이더를 예상했을 것이다."
- 디그롬이 세 번째 타석에서 볼 배합을 다르게 했는데.
"메츠 배터리가 강정호가 변화구를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강정호가 세 번째 타석 초구 체인지업에 헛스윙을 크게 했다. 빠른 공을 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계에서 '2스트라이크가 될 때 까지 풀스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2구째 94마일짜리 빠른 공이 들어오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둘렀고, 홈런을 날렸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 홈런을 맞은 디그롬의 표정은 무엇을 뜻할까.
"디그롬은 홈런을 맞은 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있게, 힘있게 던진 공이었는데 홈런이 됐으니까. 디그롬의 직구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살짝 들어오긴 했다.
그러나 초구 체인지업에 헛스윙을 했기 때문에 바깥쪽 직구에 대처하기 힘들거라 판단했을 것이다. 예상이 완전히 깨졌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디그롬의 2구째 빠른 공은 이날 강정호와의 기싸움에서 힘으로 누르기 위해 던진 공이다. 강정호가 전혀 밀리지 않았다."
- 강정호가 잘 노려쳤다고 봐야 할까.
"메츠 배터리의 이날 볼 배합을 지켜보면 데이터 위주로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르테는 디그롬의 몸쪽 승부에 고전했다. 그러다 바뀐 투수의 바깥쪽 실투를 공략해서 홈런을 뽑아냈다. 강정호에게 두 타석에서 변화구 위주를 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정호가 빠른 공이 강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강정호를 의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투수는 '힘으로 이겨보고 싶은' 본능이 있다. 강정호에게 힘으로 이기고 싶은 딱 하나의 공을 던졌는데, 방망이에 걸렸다."
- 현지 언론이 최근 강정호의 재활기를 다뤘다.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재활을 마친 건 대단한 일이다. 나는 미국 생활 시절, 한국에 딱 보름 오기 위해 기를 썼던 기억이 있다. 참아내기 어려운 유혹을 견뎌냈다. 작년 와일드카드 경기를 앞두고 팬들이 보낸 환호와 격려에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강정호가 재활기를 돌아보며 광주일고 시절을 언급했다. 과거 경험이 재산이 됐기 때문에 지금의 인내가 가능했다고 본다. 강정호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타석에서의 대처, 빅리그 생활 등을 보면 매우 스마트 한 선수다."
- 3루 수비도 무난했다.
"구단이 처음부터 3루 수비에 초점을 맞춰 강정호의 재활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런트와 클린턴 허들 감독이 계산을 맞춰놓은 것이다. 강정호의 오늘 수비 움직임은 매우 매끄러웠다. 송구도 훌륭했다. 강정호는 타고난 재능이 몇 가지 있다. 강한 어깨도 그 중 하나다. 빅리그 주전 3루수로 수비에 손색이 없다."
- 최근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은 더 빨라졌다. 타고난 재능 때문일까.
"스피드는 하늘이 주시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체계적인 관리가 어우러졌다. 투수라면 누구나 빠른 공을 던지길 원한다. 타자는 그런 강한 상대와 붙어보고 싶어 한다. 비단 야구 뿐 아니라 어떤 종목 운동선수라도 정상급 선수와 겨루는 것을 원한다. 그 대결이 매일 반복되는 곳이 메이저리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