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2만기업연구소는 22일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의 해외계열사 중 120곳은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지역에 소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4대 그룹의 전체 해외계열사 1402개 가운데 8.6%에 달하는 수치다.
이 중 SK가 조세피난처에 세운 법인은 총 73개로 4대 그룹이 조세피난처에 두고 있는 전체 법인의 60.8%에 이른다. SK그룹 전체 해외 법인 중에서는 25.3%에 달하는 수치다.
이어 삼성 30개(6.1%), LG 13개(3.9%), 현대차 4개(1.4%) 등 순이었다.
SK가 조세피난처에 둔 해외법인은 권역별로 홍콩이 35곳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SK는 홍콩에 있는 SK차이나 계열사를 통해 부동산·유통·바이오에너지 관련 회사 4개를 직접 거느리고 있다. SK텔레콤도 금융업·부가통신업·소프트웨어개발서비스 업종에서 4개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SK는 홍콩 다음으로 중남미 카브리해의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인 케이만군도에 27개의 회사를 두고 있다. 케이만에 가장 많은 법인을 거느리고 있는 곳은 솔라리스 파트너스로 7개나 된다. 이 회사는 중국과 터키에도 각각 1개씩 회사를 두고 있다.
솔라리스 파트너스는 SK가 지난 2010년 8월 컨설팅업을 위해 싱가포르에 세운 회사다.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여러 조세피난처에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SK의 올해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는 105억6200만원이다.
솔라리스 파트너스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곳은 싱가포르에 있는 제미니 파트너스라는 또 다른 투자회사다. 제미니 파트너스는 지난 2010년 8월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이 출자해 만든 컨설팅 회사다. SK에서 제미니 파트너스를 만든 이후 솔라리스 파트너스 등과 같은 다수의 컨설팅사를 파생시킨 것이다. 자산규모는 345억8600만원이다.
케이만군도에는 솔라리스 파트너스 이외에도 프로스타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헤르메드 캐피탈 등을 세워 그 하위에 또 여러 개의 법인을 두고 있다. 프로스타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케이만·미국·호주에 6개 법인을, 헤르메드 캐피탈은 중국·케이만·홍콩 등에 3개 법인을 각각 갖고 있다.
말하자면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은 투자금을 해외의 조세피난처에 있는 여러 회사에 보내면서 법인세를 줄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국2만기업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이 투자한 자금은 최종 6단계를 거쳐 6개국으로 자금이 움직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우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또 기업들은 법인세가 감면되기 때문에 조세피난처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세제 혜택뿐 아니라 외국환관리법이나 회사법의 규제가 적어 경영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20대 국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어 기업들로서는 조세피난처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재벌 등이 조세피난처에 만든 법인에 재산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SK그룹 측은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워도 국내에 모두 세금을 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기업이 신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법인을 먼저 세워야 하는데 국내는 규제가 많아 쉽지 않다"며 "더 효율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 조세피난처를 선호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그룹도 모두 이처럼 사업을 하고 있는데 SK는 법인 설립 사실을 모두 신고하고 있기 때문에 유독 다른 그룹에 비해 그 수가 많아보이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