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은 중위권 구단에 '일격'을 당했고, 다른 한 팀은 시즌 첫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FC 서울과 수원 삼성이 그 주인공이다. 일시적인 궤도 이탈일까. 혹은 또 다른 항로의 시작이 될까.
◇감독 없이 경기 치른 서울·수원
25일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는 감독이 벤치를 지키지 못한 팀이 두곳이나 됐다.
먼저 서울은 최용수(43)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으로 이적하며 황선홍(48) 신임 감독에게 배턴을 넘겼다. 그러나 황 감독이 29일 성남 FC전부터 경기에 나서기로 하면서 공백이 생겼다. 주인이 사라진 배의 키(Rudder)는 김성재(40) 수석코치가 잡았다.
반면 수원 삼성의 지휘는 서정원(46) 감독 대신 이병근(43) 코치가 임시로 맡았다. 전 경기에서 격한 항의를 하다가 퇴장을 당한 서 감독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두 팀은 비단 감독이 없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서울이나 수원 모두 팀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서울은 전북 현대에 시즌 초반부터 지켜오던 1위 자리를 내주는데 이어 지난 18일 수원과 슈퍼매치에서 무승부에 그치며 주춤했다. '축구 명가' 수원은 9위(3승9무4패, 승점 18점)까지 추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하위권 팀과 대결에서도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자 상위 스플릿은 물론이고 강등도 걱정할 처지였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감독마저 자리를 비운 두 팀이 중요한 경기를 맞았다. 이날 결과가 두 팀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다른 결과…터닝 포인트 되나
서울은 침울했고, 수원은 웃었다. 서울은 선장 없이 치른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1-2로 덜미를 잡히며 궤도를 살짝 벗어났다. 자신감으로 무장한 포항 선수단은 '독수리' 최 감독을 떠나보낸 서울을 시종 압도했다. 황 감독이 키를 잡아 원래 항로로 복귀하지 못한다면 자칫 길을 헤멜 수 있다.
A구단 모 감독은 "팀이 안정적인 상황에서 최용수 감독이 떠나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보는 시선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시즌 중 FC 서울을 떠난 것과 관련한 평가는 시즌 뒤 내려야 한다. 중도에 감독이 하차했을 때 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중에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원은 3위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1-0으로 승리하며 6경기만에 승점 3점을 온전히 가져갔다. 지긋지긋했던 후반 실점 없이 이긴 시즌 첫 경기였다. 선장이 자리를 비운 수원 선수단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근호(31·제주 유나이티드)가 끈질기게 골문을 노렸지만 끈끈한 수비로 빗장을 걸어잠갔다.
서정원 감독은 "관중석에서 보니 경기 흐름이 잘 읽히더라"며 "무실점 승리를 거둔 것이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앞으로도 이 상승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수원은 전력이나 경험 등 여러 면에서 6강 안에 들 수 있는 팀이다. 큰 경기에서 승리를 하면서 반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면, 앞으로 얼마든지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