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2010년부터 치매 치료제를 처방 받아 복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놓고 재판이 진행 중인데 과거 치매약 복용 사실이 드러나면서 법원 결정은 물론 장기화된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분당서울대병원에 모셨고 의료진은 치매 소견으로 경구용 치매치료제 '아리셉트'를 처방했다. 이때부터 신 총괄회장은 치매약을 복용해왔다.
신 총괄회장의 병원 의료기록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아리셉트는 일본 에자이 제약회사에서 개발해 지난 1996년말 FDA 승인을 받고 현재 3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는 1999년부터 판매됐다.
이 약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 분해요소의 작용을 억제해 아세틸콜린을 증가시켜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 진료기록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졸피뎀 등과 같은 마약성수면유도제 스틸녹스도 함께 복용해왔다. 이는 아리셉트의 부작용인 불면증 해소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은 아리셉트와 스틸녹스 복용 탓에 잠옷 바람으로 호텔롯데 로비 밖에 나오는 등 몽유병과 같은 증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롯데 측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신 총괄회장의 건강과 명예 때문에 외부에 밝히지 않았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도 이 같은 진료 기록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신 총괄회장이 치매약과 수면제 등을 처방받은 진료 경위와 정황에 의문을 제기하며 법원에 제대로 된 정신감정을 거쳐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