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소비자가 공인인증서나 통장 비밀번호를 분실·도난했을 때 은행도 함께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3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약관 중 29개의 불공정 약관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시정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가 카드를 잃어버리거나 공인인증서를 도용당했을 때 신고를 한 이후부터 생기는 피해에 대해서는 은행이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은행들은 약관에서 소비자가 인증수단을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했을 때 신고 유무와 관계 없이 모든 책임을 소비자가 지도록 규정해놨다.
공정위는 "이 같은 약관조항은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조항"이라며 앞으로는 은행도 책임을 지도록 시정조치했다.
또 소비자가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유심칩을 잃어버렸을 때 분실 신고를 지점에 방문하는 절차로만 제한한 것도 시정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조항은 소비자의 피해 신고를 신속하게 하지 못하게 해 피해를 확대시키고 은행이 스스로의 책임을 줄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금융거래법에서도 분실이나 도난 등 신고 수단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최대한 빠르게 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은행이 외부 서비스업체나 이동통신사의 과실로 인한 지연 통지와 불완전서비스 및 서비스 장애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 소비자의 대여금고를 소비자 동의 없이도 열람할 수 있는 조항 등도 시정됐다.
양도성예금(CD)은 만기일 경과 후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도 불공정 약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정기예금은 대부분 거치식예금에 속하는데 거치식예금은 소비자가 만기일 이후에 지급 청구를 할 때 소정의 이자를 주고 있다. 양도성예금도 거치식예금 중 하나이기 때문에 만기일 이후에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은행 자신은 만기일부터 지급일 전날까지 금융이익을 취할 수 있는데도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이외에도 은행이 임의로 채무 상환순서를 정하는 조항,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는 조항, 은행의 임의적 결제권 조항 등도 시정대상에 포함됐다.
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