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1학년 때부터 연고전 선발 투수였다. 1학년 때 성적이 2승1패 평균자책점 1.71을 기록했다. 2학년 때는 메이저리그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 입단설이 돌기도 했다. 그해 거둔 성적이 7승2패 평균자책점 2.92. 시속 150km를 던지는 왼손 파이어볼러는 매력 그 자체였다. 타격은 형 나성용(28·삼성)이 한 수 위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NC는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성범을 지명(2라운드 1번)한 후 '타자' 옷을 입혔다. 구단의 운명을 건 시도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프랜차이스 스타로 크기 위해서는 타자가 더 낫다는 판단이 섰다. 김경문 NC 감독은 "나성범이 투수였다면 1년에 7~8승 하면서 10패 이상을 했을 것이다. 우리가 신생팀이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는 일주일에 많아야 두 번 경기에 나온다. 7승 정도 하는 투수는 리그에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자는 매일 경기에 나온다. 잘만 치면 경쟁력도 있다. 결국 투수로 압도적인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타자로 승부를 보는 게 낫다. 성범이가 그 케이스"라고 나성범의 타자 전향 이유를 설명했다.
2012년 한 시즌을 2군에서 보낸 9구단 NC는 2013년부터 1군에 합류했다. 선수층이 얇았다. 팀을 대표할 스타가 부족했다. 더욱이 연고지인 창원과 경남에는 전통적으로 롯데 팬이 많았다. 팬의 마음을 사로잡을 스타가 꼭 필요했다. 나성범은 NC가 '간판선수로 키우겠다'고 결정한 사실상의 첫 번째 선수다.
NC의 모험은 대성공이었다. 나성범은 2014년부터 2년 연속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시속 150km를 던졌던 강한 어깨는 상대 주자의 발을 꽁꽁 묶는 무기가 됐다. 지난해에는 타율 0.326, 28홈런, 135타점, 23도루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빈틈없는 모습으로 정상급 외야수로 발돋움 했다. 여기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4년 프리미어12에서 국가대표로 태극 마크를 달았다.
올해로 프로 1군 4년 차. 나성범은 4일까지 개인 통산 87홈런을 때려냈다. 역대 대졸 4년차에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박재홍이다. 박재홍은 1996년 현대에서 데뷔한 뒤 4시즌 동안 홈런 111개를 기록했다. 김동주(95개), 김기태(92개), 양준혁(90개) 등 KBO리그가 낳은 슈퍼스타들이 그 뒤를 잇는다. 나성범이 그 다음인 5위다. 하지만 나성범의 네 번째 시즌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소속팀 NC는 7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올해 4년차 100홈런 돌파는 기정사실이다. 리그 환경의 차이는 있지만 해당 포지션에서 사상 최고를 다투는 선배들을 뛰어넘는다.
나성범은 구단의 기대대로 전국구 스타가 됐다. 4일 발표된 KBO 올스타전 최종 점수 집계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번 투표는 팬 171만5634표, 선수단 349표를 합산한 결과. 팬 투표와 선수단 투표를 70% 대 30%의 비율로 계산해 집계했다. 나성범은 10개 구단 후보 120명 중 가장 높은 61.89점을 획득해 유일하게 60점대 점수를 받으며 KBO 최고 인기선수에 등극했다.
나성범은 "시즌 중이고 중요한 때라 올스타전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분이 좋다. 뽑아주신 팬 분들, 선수단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