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 스카이돔이 등장한 올해는 유독 우천 취소 경기의 구단별 편차가 크다. KBO 경기 감독 위원들이 그 어느 해보다 신중하게 취소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데도 그렇다. 김시진 경기 감독 위원은 지난 주말 대전 한화-두산 3연전 가운데 2경기 취소를 결정한 뒤 "그냥 대충 인터넷 날씨만 확인하고 결정하지 않는다. 기상청이나 인근 공항과 통화해 좀 더 정확한 예보를 알아 보고 판단한다"고 했다.
명확한 기준도 있다. "비가 그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면, 관중이 입장하기 전에 신속하게 취소 결정을 내리는 게 낫다. 그러나 이미 관중이 입장한 후라면,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 야구팬의 불편함을 최대한 덜어주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우천 취소 최다는 NC, 최소는 넥센·SK
올 시즌 비의 영향을 가장 덜 받은 팀은 넥센과 SK다. 벌써 77경기를 소화했다. 우천 취소가 4경기밖에 없다. SK는 비와 유독 인연이 없었다. 넥센은 유일하게 돔구장을 홈으로 쓴다. 전국에서 4경기가 취소된 1일에도 고척 넥센-KIA전만 문제 없이 열렸다. 오히려 한 번쯤 쉬어가고 싶을 시기에 전혀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홈경기는 무조건 취소 없이 치러야 하는 운명이다.
넥센과 SK 다음으로는 두산·KIA·삼성(75경기)이 경기를 많이 했다. 롯데가 74경기, 한화와 kt가 73경기, LG가 72경기로 뒤를 잇고 있다.
반대로 NC는 아직 69경기밖에 못 치렀다. 넥센과 SK보다 8경기를 덜 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아직 반환점(72경기)를 못 돈 팀은 NC뿐이다. NC는 LG보다도 3경기가 적다. 물론 지금은 비로 경기가 취소되어도 나쁠 게 없다. 15연승이 끝난 뒤 8경기에서 1승 1무 6패를 기록한 NC다. 페이스가 안 좋다. 외국인 에이스 에릭 해커가 돌아올 때까지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시즌 막바지 잔여 일정이 너무 많아지는 게 걱정이다. 다른 팀들이 여유 있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릴 때, 홀로 쉼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천 취소 여파? 두산·넥센 이득, 삼성·KIA 손해
그렇다면 우천 취소로 인한 휴식의 효과를 가장 많이 누린 팀은 어디일까. 역시 선두 두산이다. 두산은 비로 정해진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다음날 5승 1패를 올렸다. 넥센(4승 1패)과 롯데(3승 1패)도 성적이 좋았다. SK(3승 2패)와 kt(3승 2패)도 5할 이상을 했다. 우천 취소 경기가 많았던 NC는 4승 1무 4패로 선방했다.
그러나 한화는 3승 1무 4패, LG는 4승 6패로 5할을 밑돌았다. 삼성과 KIA는 각각 1승 3패와 2승 5패로 휴식의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경기 감각이 떨어져 애를 먹었다.
지난 주말에는 사직과 마산 3연전이 모두 비로 취소됐다. 롯데, NC, 삼성, 롯데가 월요일 휴식일을 포함해 총 4일을 쉬고 다시 5일부터 경기에 나선다. 네 팀에게는 7월에 열리는 첫 경기다. 과연 이번엔 누가 웃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