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이보다 적절한 표현은 없다. OCN '38사기동대'를 본 사람이라면 오대환(마진석)에 대한 경계심이 있을 수 있다. 극중 고액 체납자 마진석을 120% 소화하며 기존 악역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저요? 얼마나 수다스러운데요. 말이 엄청 많아요. 대학로에서 공연할 때 재미있는 역만 했어요. 오히려 마진석을 연기하는걸 보곤 주위 사람들이 어색하다고 해요."
극중 가사도우미이지만 어머니뻘인 사람에게 물 한병을 다 비우면 돈을 주겠다고 한다. 또 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물을 튀겨놓고 사과보다는 돈을 먼저 내민다. 마진석은 '돈이면 다 된다'는 신념이 강하지만 아이러니하게 58여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결국 서인국X마동석 일당의 사기에 넘어가 본의아니게 완납한다. 분명 내야할 세금이었고 내지 않아 사기를 당해 강제적으로 징수됐지만 어딘가 불쌍하기도 하다.
"다른 분들도 얄밉고 나쁜데 어딘가 짠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봐도 마진석은 쓰레기지만 당하는 연기를 할 때는 측은하다고 할까. 미치게 나쁜 녀석은 아닌 거 같아요. 뭐 어떻게 될 진 모르겠지만."
오대환은 섹시하다. 현재 180㎝·85㎏로 다음 캐릭터를 위해 감량하고 있다. 5㎏ 더 빼야한다고. 악덕 체납자지만 수트를 입고 있는 모습에 대한 반응은 '섹시하다'였다. "그렇게 봐주니 저야 감사하죠. 어디가 섹시하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소리는 환영이에요."
오대환은 6회에서 모든 걸 잃었다. 1회부터 본 사람이라면 오대환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어떤 내용이 어떻게 펼쳐질 지 모르지만 그의 분량은 끝일까. "저 말 많다고 했잖아요. 인터뷰 오기 전에 교육 받았어요. 전 몰라요 몰라."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특히 자녀들. "드라마를 보진 않았는데 '아빠는 왜 나쁜 역할만 해'라고 했어요. '누군가는 해야할 역할이야'라고 얘기해줬어요. 아빠가 하는 악역은 멋있다는 말이 듣기 좋더라고요."
-부모님은요. "정말 좋아하세요. 늦게 하는데도 본방을 꼭 보세요. 그동안 악역은 얼굴에 상처 있고 그래서 혐오스럽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의상부터가 달라서 그런지 좋아해요. 예전에는 어디가서 말씀도 안 했는데 요즘은 소문내고 다닌다고 해요.(웃음)"
-팀워크가 좋아보여요. "진짜 화기애애해요. 어느 촬영장이 나쁘겠냐만은 유독 좋아요. 다들 스스럼없이 대하고 대기할 때도 같이 모여있고요."
-SNS에 올린 마동석·조우진 씨와 찍은 사진이 재미있었어요. "S.E.S라고 하던데요.(웃음) 누가 세 사람이 공약 한 번 걸어보라고 했어요. 진짜 '슛'이 안 들어가면 그러고 있어요."
-골프신도 인상적이었죠. "사실 골프장을 처음 가봤어요. 스크린골프도 안 해봤어요. 골프 치는 사람이라면 폼이 엉성한 걸 알 거에요. 골프는 안 맞아요. 칠 수 있는 여력도 없고요. 필드에 나간게 신기했어요."
-마동석 씨는 잘 치나요. "형은 중학교때 골프를 쳤대요. 필드에서 1m 거리 퍼팅을 하는데 5m는 가던데요. 괜히 머쓱하니깐 '공이 가벼워졌냐'고 하더라고요.(웃음)"
-요즘 많이 알아보죠. "지나가면 다들 '엇'하고 마는 수준이에요. 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데 쉽게 말을 못 걸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가서 아는 척 할 수도 없고요."
-인기를 실감하죠. "기사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댓글이 진짜 많이 달려요. 예전엔 '좋아요'가 50개였는데 얼마 전에 800개였어요. 악역인데 멋있다는 얘기가 많아요. 감사할 뿐이죠."
-나쁜 캐릭터지만 어딘가 마음이 쓰이는 캐릭터에요. "전 보자마자 쓰레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드라마 초반 유일무이하게 나쁜놈이라고 했어요. 그 말에 끌려서 하게 됐어요. 3회 넘어가면서 당하잖아요. 그게 또 안쓰럽기도 하고요."
-6회에 욕설 장면이 있었는데 '삐'처리 됐어요. "사실 대본에 욕은 없었어요. 원래는 욕 안 하고 찍었는데 감독님이 욕 한 번 해보라고 해서 한 건데 그걸 '삐'처리로 살렸어요. 충분히 욕할 상황이긴 하니깐요."
-드라마 소재가 독특해요. "시놉시스가 아니라 감독님한테 말로 들었는데 재미있겠다 싶었어요. 사기를 쳐 미납된 세금을 받아낸다는 소재는 어디에도 없을걸요. 또 인물 하나하나에 사연이 있고 마진석도 나쁜놈이지만 무언가 있고요. 이렇게 잘 되니 기분이 좋아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해요. "감독님의 의도였어요. 드라마지만 영화처럼 만들고 싶어 했어요. 의논하는 걸 좋아하고 대본과 달라도 좋으니 즉흥적으로 바뀌어도 괜찮다고 했고요.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게 많아요. 배우들도 익숙해지면 순발력이 좋아해지고 영리해지죠."
-작가도 동의한건가요. "그럼요. 작가님도 나는 소스만 던져줄테니 알아서 하라고 해요. 저와 (마)동석형이 콩나물국밥 먹는 신도 원래는 그게 전부였는데 시간을 끌어야되는 상황이니깐 제가 '형 기도 한 번 해봐요'라고 해서 찍은건데 그대로 나왔죠."
-적응하기까지 힘들 거 같아요. "촬영장이 너무 재미있어요. 다들 흐름에 맡긴 채 흘러가요. 감독님이 생각한 것과 다르면 다들 모여 고민하고 또 다시 생각해보고요. 여긴 모두가 분위기메이커에요.(웃음)"
-그럼 본방송으로 보면 신기하겠어요. "맞아요. '어라 저 장면이 나오네' 싶은게 많았어요. 사실 드라마는 현장 모니터를 거의 안 하는데 감독님은 원하면 보여줘요."
-흐름상 6회 이후 안 나올 거 같아요. "그건 제가 말 할 수 없어요. 더 많은 일이 벌어지겠죠. 정도만."
-마진석이 한 행동 중 가장 못된 걸 꼽자면요. "저도 자식이 있어서 그런지 자동차로 물 튀긴 장면이요. 자식 앞에서 그렇게 하는 걸 찍다보니 스스로 미안해지더라고요."
-실제 마진석과 비슷한 면이 있나요. "욱하는게 있어요. 가만히 있다가 지르는 게 있는데 좀 비슷해요.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그거였고요. 제 안에 화가 많은가봐요. 사실 얼마 전까지 육아 스트레스가 상당했거든요. 그런걸 마진석의 분노로 표출했어요.(웃음)"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나요. "전혀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돈이 없어요. 아내와 힘들게 살아가고 있어요. 오히려 돈의 여유가 있었음 좋겠다 싶어요. 사람이 무서운게 요즘 여기저기 캐스팅이 돼 돈을 버니 더 벌고 싶고 더 욕심 나더라고요. 확실히 돈은 무서워요."
-세금은 잘 내죠. "체납이 뭔가요 으하하. 이번에 연말정산 환급도 받았어요.(웃음)"
-시청률 4% 넘으면 포상휴가라는 소리도 있던데. "저도 들었어요. 4회때 3% 넘는 거 보고 내심 기대했는데 아쉬웠어요. 소원이에요. 드라마 잘 돼서 다같이 휴가 가는 거요. 스케줄은 무조건 맞출 수 있어요."
-올해 목표가 있나요. "처가살이를 꽤 하고 있어서요. 분가에 대한 꿈이 있죠. 전세 자금 모을 때까지 앞만 보고 가자는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