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장충리틀야구장. 2016년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아시아태평양예선에서 한국대표인 동서울팀은 난적 대만을 7-6으로 꺾었다.
2년 만에 미국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리는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2014년 한국 대표팀이 29년 만에 우승했던 대회다. 하지만 이 대회는 국가 대항전이 아니다. 각 지역 리틀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대표팀 간 경기다. 국적이나 배경을 따지지 않는 12세 미만 어린이들의 야구 축제다.
리틀야구 월드시리즈는 미국의 각 지역 대표 8팀,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포함한 세계 대표 8팀이 출전한다. 더블엘리미네이션 형식으로 미국 대표조와 세계 대표조 우승팀을 가려낸 뒤 단판 승부로 챔피언을 가린다. 한국은 1984, 1985, 2014년 등 세 번 참가해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모두 전승 우승이었다. 그래서 윌리엄스포트에서 한 번도 지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미국에서 이 대회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 경기를 ESPN에서 생중계한다. 조별 결승전 두 경기와 최종 결승전은 공중파 ABC가 방송한다. 시청률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버금한다고 한다. 수 년 전 체결된 방송 중계권료는 7년 8억 달러 수준이다. 대회 기간에는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TV로 경기를 틀어놓는다고 알려져 있다.
2014년 대회에선 여자 선수 모네 데이비스가 화제가 됐다. 미셸 오바마, 제시 잭슨 목사 등 많은 유명인사들의 격려를 받았다.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자비로 선수들을 초청해 다저스타디움에서 시구를 하게 했다. 데이브 윈필드, 마이크 무시나, 랜디 존슨, 마리아노 리베라 등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도 이 대회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노마 가르시아파라와 배리 라킨은 중계 해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미국 현지 팀보다는 아시아권 팀의 성적이 좋은 편이다. 10개 팀 리그에서 선발된 선수가 한 팀을 이뤄서 나오는 규정 때문이다. 대회 최다 우승국은 대만이다. 화폐에도 어린이 야구선수가 새겨져 있는 등 국가적인 관심을 받는다. 리틀 팀이 300개 이상인 일본은 지난 4년 동안 세 번 우승을 차지했다. 두 강호 때문에 한국은 무려 29년(1986~2013년) 간 월드시리즈에 참가하지 못했다. 일본은 2010년부터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예선 없이 확보했다. 그래도 난적 대만을 꺾기는 어려웠다. 2014년을 제외하면 거의 30년 동안 대만에게 패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한 점 차 승부로 대만을 이기도 사상 네 번째 월드시리즈 진출 쾌거를 이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리틀연맹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 대만을 이기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이에 못지 않게 대회 참가 어린이와 부모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야구 자체를 즐기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여 했다. 대회 기간 중 프로야구 관람, 놀이공원 방문, 쇼핑과 관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6월 30일에는 내년 8개 전용구장이 지어질 화성에 각국 단장들을 초청했다. 향후 5년간 대회 유치를 위해 홍보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올해 10월 단장 회의에서 한국을 리틀야구의 성지로 만드는 프로젝트도 가능할 듯 싶다.
리틀야구의 가장 큰 특징은 선수의 눈높이에서 선수를 보호하는 야구를 추구한다는 데 있다. 안전을 위해 공격 이닝엔 대기타석을 포함해 더그아웃 밖으로 선수를 나오지 못하게 한다. 욕설이나 폭언을 하면 즉각 퇴장이다. 경기 전 장비 점검을 철저히 해 안전 사고에 대비한다. 또한 리틀야구만의 두 가지 룰을 엄격하게 지킨다.
첫 번째는 투구 수 제한이다. 어떤 경우에도 투수가 한 경기에 85개 이상은 던질 수 없다. 투구 수에 따라 휴식일을 달리 정하고 있다.
두 번째는 멘데토리 룰(Mendetory Rule)이라 한다. 보통 13명 엔트리로 구성돼 있는 팀 전원이 적어도 한 타석은 무조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의 참여라는 대전제에 따른 규칙이다. 어겼을 경우 몰수게임 선언도 가능하다.
2014년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의 뜨거운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최선을 다해 승부하고 경기가 끝나면 깨끗이 결과를 받아들이며 친구가 됐다. 시속 73마일 짜리 무지막지한 공을 뿌리며 매스컴의 주목을 받던 흑인 여자선수 모네 데이비스도 숙소에서는 각국 아이들과 장난을 치는 소녀였다. 한일전의 부담 속에 패한 뒤 눈물을 흘리던 일본 소년들도 숙소에선 한국 아이들과 티셔츠를 바꿔 입으며 우정을 나눴다. 야구가 지향해야 할 가치다. 이번 아시아 예선에서도 인종과 국적에 관계없이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즐거운 추억을 나눴다.
리틀야구는 엄격한 선수 보호를 통해 야구라는 스포츠를 마음껏 즐기게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훌륭한 야구 선수를 넘어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부모, 지도자, 지역 커뮤니티가 힘을 모아 어린이들에게 스포츠의 가치와 정의, 명예, 존중을 심어주고자 한다. 그리고 안전하고 공평한 야구를 추구한다.
2016년 월드시리즈는 8월 18일부터 열린다. 동서울 대표 선수 13명과 지도자 3명은 다시 뜨거운 도전을 시작한다. 국위 선양 같은 거창한 목표보다는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들이 최선을 다해 승부하러 떠난다. 우승도 좋지만, 선수들이 예의와 최선을 다하는 태도로 인정받을 수 있으면 바랄 게 없다.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