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얘기가 나오자 최규백(22·전북 현대)의 표정은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물들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놀라운 기회에 스스로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시즌 초만 해도 최규백이 전북의 주전 수비수로 뛰고, 심지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대표팀 최종 18인 명단에 오를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규백 본인마저도 "누가 '너도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 거다'라고 얘기했다면 나라도 비웃었을 것"이라 평가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올림픽 최종 명단에 선발됐다. 무명의 신인 선수가 불과 4개월 만에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 서는 마법같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최규백은 뛰어난 재능으로 어릴 때부터 관심을 모은 선수는 아니었다. 대학 시절 188cm의 장신과 성실한 플레이를 앞세워 주장으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알렸지만 하필이면 그가 입단한 팀이 '1강' 전북이라는 점은 신인 선수에게 큰 장애물로 여겨졌다.
특히 중앙 수비수 포지션에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라 경기 출전도 불투명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 직전 김기희(27)가 상하이 선화로 이적하면서 최규백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는 전북 주전은 물론이고 신태용(46) 감독의 눈에 들어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되는 기쁨도 안았다. 지난 6월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서 맹활약한 덕분이다. "이번 대회에서 최규백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신 감독의 칭찬과 이번 올림픽 대표팀 선수 구성을 보면 최규백이 올림픽 본선에서 선발로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아직은 얼떨떨한 최규백보다 더 의욕적인 건 전북의 베테랑 형들이었다. 꿈의 무대에 서게 된 팀의 '막내'를 향해 형들은 앞다투어 조언을 건넸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의 위업을 달성한 김보경(27)은 누가 봐도 해줄 말이 많은 선배다.
최규백은 "(김)보경이 형이 '올림픽에 가면 여기서 뛰는 것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고 얘기해줬다. 긴장된다"며 씩 웃었다. 또한 김보경은 최규백뿐 아니라 올림픽에 나서는 선수들 모두에게 "대회가 열리는 현지에 가기 전까지 분위기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며 "환경에 대한 준비도 잘 해야 하고 조직적으로 잘 맞춰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고공 폭격기' 김신욱(28)과 주장 권순태(32)도 막내를 위해 조언자로 나섰다.
김신욱은 울산 현대에서 뛰던 시절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멕시코 팀과 싸워본 경험을 살려 조별 리그 상대에 걸맞은 맞춤형 조언을 해줬다는 후문이다. 최규백은 "형들이 이런 저런 조언을 많이 해줘서 도움이 된다"며 미소를 지었다.
형들의 훈훈한 조언을 마음에 품은 최규백은 13일 부천 FC와의 하나은행 FA컵 16강 경기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주말 제주 원정은 떠나지 않는다. 지난 10일 포항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해 경기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출국 전까지 짧은 휴식 시간을 얻게 된 최규백은 오는 18일 신태용 팀과 함께 결전지인 브라질행 비행기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