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이승엽에게 통산 열 번째 '서머 클래식'이었다. 이 부문 역대 최다 기록은 삼성 선배 양준혁(15회)이 갖고 있다. 하지만 이승엽은 일본프로야구에서 8시즌을 보냈다. 부상으로 고전하긴 했지만 선수로서 전성기를 누릴 때였다. 프로 3년차던 1997년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한 이승엽은 KBO리그 14시즌 동안 4시즌을 제외하곤 모두 올스타전 출장의 영광을 누렸다.
이승엽은 "1997년 처음 뽑혔을 때는 진짜 좋았다"며 "지금은 만성이 됐다고 해야 하나. (올스타 휴식기 동안) 쉬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고 농을 던졌다. 이어 "일본에서 보낸 8년을 제외하면 거의 매년 올스타전에 나섰다"며 "젊은 선수들이 주인공이 돼야 하는데, 그만 나올 때가 됐다. (내가 뽑힌 건) 동정이나 예우, 노장에 대한 대우 같다"고 몸을 낮췄다.
이승엽은 자신의 열 번째 올스타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통산 올스타전 성적은 0.222(45타수 10안타)가 됐다. 1군 통산 타율 0.303보다 1할 가까이 낮다. 올스타전 통산 삼진 1위(12개)도 그의 몫이 됐다.
그러나 올스타전은 축제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결과가 나온 점에 더 의미를 부여했다. 이승엽은 "둘째가 아침에 '비 와서 야구 안하겠네' 하더라"고 했다. 16일 올스타전은 사상 처음으로 돔구장에서 열렸다. 1만6300석은 사전예매에서 매진이 됐다.
이날 전국적으로 비가 내였다. 다른 야구장이었다면 경기가 어려웠다. 첫 돔구장 올스타전에서 이승엽은 무사히 통산 10번째 올스타 출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승엽은 "프로야구 시스템이 많이 발전했다. 선수 중 한 명으로서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 전인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열린 팬사인회에서 가장 많은 사인 요청을 받은 이도 이승엽이었다. 어림잡아 다른 선수의 서너 배 요청이 쏟아졌다. 이승엽은 "사인을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 예전 같지 않다"고 농담을 했지만, 성의껏 요청에 응했다. 올림픽 공인구를 가져온 팬에게는 "어디서 구했나, 우리집에도 없는 것"이라고 놀라워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돔구장은 일본 시절 이승엽에게 익숙했다. 돔구장을 홈으로 쓴 팀에서 뛰기도 했다. 하지만 KBO리그에선 첫 돔 올스타전이다. 이승엽은 "시설은 좋아지고 있는데, 선수들의 프로의식은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며 "팬들께 다가가려는 태도가 뒤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미안하고 죄송스럽다"고 아쉬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