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30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는 폴 디포데스타 단장을 전격 경질됐다.
댄 에반스에 이어 2004년부터 다저스 단장을 맡은 디포데스타는 취임 첫해 팀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정상에 올려놓으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폴 로두카, 숀 그린 등을 비롯한 스타 선수들을 내보내 팬들의 반발을 샀다. 그 과정에서 기회를 잡은 선수가 한국인 1루수 최희섭이었다.
디포데스타는 2004년 트레이드 데드라인이었던 7월 31일 왼손 타자 최희섭을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영입했다. 반대급부로 내준 선수가 바로 주전 포수 로두카였다. 당시 디포데스타는 언론에 "최희섭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최희섭을 플래툰 1루수로 기용한 짐 트레이시 감독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트레이시 감독은 왼손투수가 나오는 날에는 오른손타자 올멘도 사엔즈를 선발 출전시켰다. 디포데스타 단장은 최희섭에게 기회를 더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디포데스타의 경질은 최희섭에게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최희섭은 후임 네트 콜레티 단장의 중용을 받지 못했고, 결국 2006년 3월 웨이버로 공시돼 보스턴으로 이적했다. 디포데스타 경질 후 약 4개월 만이었다.
19일 미네소타 단장 자리에서 경질된 테리 라이언은 '박병호의 디포데스타'였다. 1994년부터 2007년까지 미네소타 단장을 역임한 라이언은 2008년부터 4년 동안 단장 특별 보좌를 맡았다. 2011년 11월 다시 단장 겸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미네소타 트윈스에서는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다.
라이언은 지난해 겨울 포스팅시스템으로 박병호를 영입할 때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모든 면에서 이보다 더 나을 수 없다"며 "수비도 좋고 성실하다. 야구에 임하는 태도까지도 좋다"고 박병호에게 힘을 실어줬다. 박병호가 타격 슬럼프 때문에 마이너리그 트리플A로 내려가기 직전까지도 "우리 팀에는 (박병호 말고도) 부진에 시달리는 선수가 많다"고 옹호했다.
라이언의 경질은 박병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최희섭과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계약기간이 4년인 박병호에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1년 계약한 선수라면 모를까, 지금 단장이 바뀐다고 해서 박병호의 입지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는 박병호의 4년 계약 첫 해다. 송 위원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임시 단장 체제로 운영될 것이다. 라이언의 짜놓은 구도를 확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미네소타는 라이언 단장 경질 뒤 롭 앤서니 부단장 직무대행 체제다.
송재우 위원은 "최희섭은 다저스 이적 전 메이저리그에서 199경기를 뛴 선수였다. 판단할 근거가 있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다르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오랫동안 뛰었고, 메이저리그에선 루키다. 마이너리그 강등 전 뛴 62경기로만 그의 기량과 잠재력을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 미네소타에서 박병호가 비운 자리는 케니스 바르가스가 지키고 있다. 송 위원은 "바르가스가 어느 정도 해주고 있지만 꾸준히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미네소타는 박병호의 파워가 분명히 필요한 팀이다"며 "단장 교체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