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원대 배임·횡령·조세포탈 등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이재현(56) CJ그룹 회장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CJ그룹이 최근 법정 다툼을 포기하고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 특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CJ는 이 회장의 심각한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사진을 전격 공개하며 "살려달라고"고 호소하고 나섰다. 과연 이 회장이 이번에는 옥살이를 벗어날 수 있을까.
특별사면 요건 갖춘 이재현 회장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됐다.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았다가 불복하고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결국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52억원을 최종 선고를 받았다. 이에 CJ는 바로 재상고심을 신청했는데 최근 이를 전격 취하하고 형을 받아들였다.
법원과 끝까지 싸우려던 CJ가 두 손을 든 것은 내달 있을 광복절 특별사면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별사면은 특정 범죄인의 형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선고 효력을 상실시키는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으로, 형이 확정되면 일정 형기를 채워야 하는 요건은 없다.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워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가석방과는 다르다. 이 회장은 특별사면을 위한 요건을 갖춘 셈이다.
CJ는 이 회장의 건강을 앞세우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은 유전성 희귀질환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를 앓고 있다. CMT는 사지 근육이 위축·소실돼 마비되는 병으로, 현재까지도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여기에 지난 2013년 이식 받은 신장이 아직도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어 불안정한 상태이다.
특히 CJ는 이 회장의 악화된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손과 발, 종아리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 회장의 양쪽 다리와 팔쪽 근육이 위축되고 손과 손가락 변형이 진행된 모습을 담고 있다. 대기업이 오너의 내밀한 모습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수감 중 최악 상황 우려…정부도 부담
그러면서 CJ는 이 회장이 건강 악화로 수감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지난 2014년 한 차례 수감 됐을 때 감옥 내 응급실 신세만 졌다"며 "현재는 당시보다 더 건강이 좋지 않아 수감되면 최악의 상황까지 갈지도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구속 결정이 내려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건강상 이유로 총 10차례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신청했다. 법원도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한 차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최근에도 CJ가 요구한 형집행중지 신청을 3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받아들였다. 검찰은 이 회장이 자력 보행이 거의 불가능하고 추가 근육손실을 막기 위해 재활치료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재계에서는 정부와 법원이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의 오너가 수감 생활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파장이 큰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대기업 오너가 옥살이를 하다가 큰 일이 난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데미지를 입을 수 있다"며 "한국이 반기업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특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명백히 저지른 죄가 있는데 형을 면하게 되면 아무리 건강이 좋지 않더라 하더라도 '재벌 봐주기'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상황은 딱하지만 어쨌든 1600억원대의 횡령과 배임 등의 범죄는 가릴 수 없다"며 "안 그래도 재벌에 쉽게 눈 감아주는 사회에 대한 따가운 눈총이 큰 데 특사로 벌을 면하게 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간스포츠가 25일 금융·유통·IT 관련 직장인 1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54%가 '실형을 살기 어렵다면 사회봉사 등 다른 방식으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별 사면해야 한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