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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타임워너 케이블은 2013년 메이저리그(MLB) LA다저스와 25년간 80억 달러(약 9조800억원)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계약 이후 자금난에 빠져 스포츠 부문의 인원을 10% 감축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타임워너사는 중계권 재판매 협상에 나섰으나 난항을 겪었고, 결국 로스앤젤리스 지역의 주민 70%가 방송을 보지 못하는 중계 대란이 일어났다. 지난해 미국 방송중계업체 차터커뮤니케이션이 타임워너 케이블을 인수 합병했지만 다저스의 TV 중계 대란은 여전히 지속 중이다. 타임워너사 사태는 중계권 장기 계약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인기 스포츠의 경우 이런 장기 계약 사례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야구·농구·축구 등 인기 스포츠의 일반적인 중계권 계약은 3년에서 5년 사이다. 국내 프로 야구와 농구의 경우에도 계약 기간은 각각 5년, 배구는 3년이다.
통상적인 중계권의 계약 기간이 3년에서 5년인 이유는 채널을 알리고 광고를 유치하는 데 필요한 최소 시간이라는 해석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사는 단기로 중계권 계약을 맺을 경우 출혈 경쟁과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엄청난 금액을 지출하더라도 장기로 계약을 묶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독점 형태의 장기 계약으로 인한 폐해는 적지 않다. 독점 계약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출한 방송사는 엄청난 적자를 피하기 힘들고, 이는 중계의 질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적자 구조를 메꾸기 위해 광고주를 압박하는 문제도 드러날 수 있다.
KLPGA가 SBS·SBS플러스와 진행 중인 10년 중계권 장기 계약 논의는 MBC 플러스와 KBS N, 그리고 JTBC GOLF 등 KLPGA투어 중계권 입찰을 희망하는 매체들을 배제시킴으로써 중계권 시장의 다양성과 건전성을 퇴보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국내에서는 이미 대한골프협회(KGA)가 여자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 남자 메이저인 한국오픈에 대해 SBS와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하면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중계권 업무를 맡아 온 업계의 한 담당자는 “해외 인기 스포츠를 보면 한 방송사와 독점 계약을 맺으면서도 하나의 채널에 모든 것을 맡기지는 않는다"며 "방송 유료화에 따른 시청자의 보편적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영 방송국의 하이라이트 중계를 활용하는 등 독점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둔다"고 말했다.
국내 여자프로골프투어도 대회 수가 30개를 훌쩍 넘겼을 만큼 시장이 커졌기 때문에 여러 채널을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