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인상적인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작년 11월 브랜드 론칭 이후 선보인 신차 'G90'(국내명 EQ900)와 'G80'이 잇따라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 대형 세단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친김에 내달 제네시스 신차를 북미 등 해외 시장에도 선보여 벤츠·BMW 등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내놓는 신차마다 '불티'…이전 모델도 덩달아 '인기'
27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선보인 대형 세단 제네시스 EQ900는 올 상반기 1만7114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월평균 2852대가 팔린 셈이다.
이는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등과 경쟁하는 상반기 고급 대형 세단 시장 총 판매량(2만2667대) 가운데 75%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에 전신인 '에쿠스'가 3474대 팔린 것과 비교해도 무려 392.6% 껑충 뛰었다.
이 같은 EQ900의 돌풍은 에쿠스라는 이름 대신, 새롭게 도입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로 브랜드 이미지가 한층 격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올 상반기 판매량을 보면 EQ900의 등장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모델은 벤츠의 S클래스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S클래스는 작년 상반기 6379대가 판매됐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 3931대에 그쳐 판매량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아우디의 A8 역시 지난해 상반기 764대를 판매했으나, 올해 상반기 실적은 267대에 불과했다.
EQ900와 함께 지난 7일 출시된 G80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G80은 지난달 중순부터 사전 계약 실시했는데, 일주일만에 5000대 넘게 계약된 데 이어 영업일수 16일만인 지난달 말까지 9300여 대를 돌파했다. 현재 사전계약 대수는 1만1200대을 넘어섰다. EQ900에 이어 G80도 국내 고급차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또 한 가지 눈 여겨 볼 점은 G80 출시로 단종이 예고된 기존 제네시스(DH)도 판매량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DH는 G80이 사전 계약을 실시한 6월 이후부터 최근까지 3900여 대가 판매되는 등 오히려 인기가 상승했다. 통상 신차가 출시되면 기존 모델 판매가 뚝 떨어지기 마련인데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DH가 이미 상품성이 검증된 차라는 점과 함께 워낙 완성도 높은 디자인 탓에 G80로 부분 변경됐음에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여기에 기존 제네시스 엠블럼이 차명으로 붙은 마지막 차라는 희소가치 등도 판매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1위 자동차 브랜드 등극…8월 해외 공략 '시동' 제네시스의 인기는 지난 3일 발표된 브랜드스탁의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올해 2분기(4~6월) 100대 브랜드에서 1분기에 비해 22계단 순위를 끌어올리며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자동차 부분 1위에 해당한다.
반면 수입차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BMW는 1분기 전체 61위에서 2분기에도 82위로 밀려났고,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은 이번 분기에도 100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제네시스가 국내 자동차 브랜드 중 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 받았다"며 "이는 작년 11월 론칭 이후 반년 만에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흥행에 힘입어 현대차는 내달부터 북미시장을 시작으로 중동, 러시아 등 해외 시장에도 제네시스 신모델을 적극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북미시장에는 G80과 G90을 8월, 9월 각각 순차적으로 내놓는다. 현재 광고·웹사이트·론칭 프로모션 등 각종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놓고 국내 제네시스 전담 조직과 미국 현지 법인 간의 최종 조율이 진행 중이다. 북미에 이어 중동과 러시아에도 8월, 9월을 기점으로 G90이 출격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의 미국 시장 성공에 현대차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제네시스 품질실을 별도로 출범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춘 만큼 기존의 고급차 브랜드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