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를 꿈꾸다 친형 권유로 기수로의 삶을 택한 남자. 올해 스물 한살의 이동하 기수가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화제다.
그는 지난달 18일 데뷔한 말그대로 새내기 기수다. 그가 지난 24일 13전만에 기분 좋은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감격스런 첫 승이었다. 기대감 없이 올랐던 말을 통해 예기치 않게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동하는 "지난해 9월 이후 입상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던 경주마라 솔직히 말의 등에 올라타는 순간까지도 우승을 기대하긴 힘들었다"며 "직전주로에 접어들자 '어쩌면 들어갈 수 있겠다'란 느낌이 왔고, 그때부터 짜릿함이 전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활기차다. 젊은 나이에 어울리게 성격도 외향적이고 둥글둥글해 경마관계자들과의 관계도 좋다. 그의 최고 무기 중 하나가 바로 성격이다. 이 기수는 "스스로가 외향적인 편이고 마방식구들도 친형처럼 살갑게 대해줘 좋은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이동하 기수는 하재흥 조교사와 최초로 계약을 맺었다. 하 조교사는 28일 기준으로 9890전 891승을 기록 중인 명조교사로 올해도 20승을 거두며 서울 다승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데뷔를 앞두고 지난해 하재흥 조교사 마방에서 실습교육을 가진 게 인연이 됐다. 이 기수는 "하재흥 조교사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줘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실망하지 않게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웃었다.
수후보생일 때부터 현재까지 이동하 기수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마사회 경마아카데미 김훈 교관은 이 기수에 대해 "폐활량이 좋고 운동신경이 뛰어나 여러모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라고 평했다. 특히 구기 종목에 대해선 선수 뺨칠 정도의 수준을 자랑한다. 이 기수는 이와 관련해 "기수 데뷔전 축구선수를 꿈꿨다"며 "실제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했었다"고 과거 경력을 소개했다.
하지만 축구를 계속하기엔 신체적인 조건이 발목을 잡았다. 그런 그에게 기수로서의 삶을 권했던 사람은 바로 그의 친형. 이 기수는 "친형이 서울에서 관리사로 근무하고 있다. 친형의 영향도 컸지만 사실 주변의 추천도 많았다"고 했다.
이후 경마아카데미에 입학해 혹독한 교육과정을 거친 뒤에야 기수로서 경주로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는 "말로만 듣던 선배기수들과 승부를 벌이다보니 경주 내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며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니 어느 새 결승선을 통과해 있었다"고 첫 출전 당시를 회상했다.
연습때와는 180도 달랐다고 한다. 이동하 기수의 올해 목표는 10승이다. 하지만 그는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