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시장 빅4 대전. NEW '부산행', CJ엔터테인먼트 '인천상륙작전', 롯데엔터테인먼트 '덕혜옹주'까지 주마다 세 작품의 뚜껑이 열렸고 쇼박스의 '터널'만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사이 '부산행'은 누적관객수 1000만, '인천상륙작전'은 500만 명에 돌파했으며 '덕혜옹주'는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흥행 순항 중이다. '부산행'을 제외하고 흥행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각 배급사의 표정은 사뭇 다른 상황. 여름시장 이들의 성적표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살짝 짚어봤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손예진을 앞세웠다면 쇼박스미디어플렉스(쇼박스) 하정우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오달수 배두나라는 조력자가 있긴 하지만 터널 안에 갇힌 사람은 오로지 하정우 한 명. 그 안에서 선보여야 하는 생존기 역시 오로지 하정우 개인의 몫이었다.
하정우에 의한 하정우를 위한 영화 '터널'은 하정우라는 배우의 능력치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할 수 있는 '하정우 원맨쇼'의 집약체다. 영화의 맛과 연기의 맛을 아는 하정우. 하정우이기에 가능한 프로젝트다.
이에 쇼박스는 하정우에게 여름 시장을 통으로 맡겨버리는 과감함을 보였다. '끝까지 간다'를 통해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오른 김성훈 감독에 대한 신뢰도 작용한 것이겠지만 하정우의 티켓 파워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3년 전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 이미 1인극의 진수를 보인 하정우다. 그래서 '터널'은 '더 테러 라이브'와 끊임없이 비교된다. 물론 영화 속 상황은 순조롭게 악화됐다. 당시 97분은 126분으로 늘었고, 배경 역시 스튜디오에서 어두컴컴한 터널로 뒤바꼈다.
또 잘나가는 아나운서로 분했던 '더 테러 라이브'에서는 위기의 순간에도 수트를 빼 입은 채 피를 흘리는 하정우를 감상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터널'은 하정우의 얼굴이 분간이라도 가는 것이 다행이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돌바닥을 기어 다니는 하정우는 걱정과 감탄을 동시에 자아낸다.
때문에 영화적인 재미와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한층 강해졌다.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 홀로 558만 관객을 끌어모은 하정우다. 흥행신이 있다면 VIP 고객 중 최상위층은 하정우가 아닐까. 3년 전 영광을 '터널'을 통해서도 일궈낼 수 있을지 빅4 마지막 주자에 대한 기대치는 상상 이상으로 높다.
이와 함께 '터널'은 시사회 직후 곧바로 세월호 사건과 엮여 평가되고 있다. 국민들의 정서를 제대로 저격한다면 1000만 돌파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 볼 만 하다.
하정우는 인터뷰를 통해 "대진운이 썩 좋지는 않지만 영화의 힘이 있기 때문에 믿어보려 한다. 근데 나 역시 어떤 영화보다 흥행을 점치기 힘든 작품이다"며 "다른 때보다 확실히 떨리고 긴장된다"고 전했다.
상반기 '남과 여'로 흥행 실패를 겪고 '굿바이 싱글'로 그나마 미소 지을 수 있었던 쇼박스다. 지난 여름 최동훈 감독의 '암살'로 1000만의 맛을 톡톡히 봤다. 그 순간에도 하정우는 있었다.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전략 때문일까, 연륜에서 나오는 대범함일까. 여름 시장 마지막 주자로 출격하는 쇼박스의 '터널'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전쟁터에서 유종의 미를 담당할 수 있을지 다시 시작된 새 작품의 질주에 영화계는 풍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