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이 '배우' 김민희를 인정했다. 그리고 아낌없는 애정까지 표했다. 사적인 논란 보다는 본업을 우선시 생각했고 김민희의 부재를 안타까워 했다. 대중이 아닌 감독들의 마음은 그러했다.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컴백도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영화 '아가씨'(박찬욱 감독)에서 타이틀롤 아가씨 히데코를 연기한 김민희가 감독들이 꼽은 올해의 여자연기자로 선정됐다. 김민희는 제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간 내 치러지는 2015년 디렉터스 컷 어워즈에 수상자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고, 12일 진행된 시상식에서 이변없이 트로피를 받았다.
물론 현장에 김민희는 자리하지 않았다. 주최 측은 혹여 관심이 쏠릴까 애초 김민희의 불참을 사전 고지했다. 불참도, 여전히 따가운 대중의 시선도 김민희를 수상자로 선택하는데 결정적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이는 '아가씨'에서 선보인 김민희의 연기가 여느 여배우들보다 출중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감독들은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 홍상수 감독과 불륜설에 휩싸이기 전까지 김민희는 '아가씨' 개봉 후 데뷔 이래 아이돌 뺨치는 사랑을 받았다. 김민희가 참석하는 무대인사를 빠짐없이 쫓아다니는 등 직접 움직이는 팬들이 생겼고, 김민희의 모습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고화질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손이 모자랄 정도로 받은 선물도 한 가득이다. 이러한 사랑에 보답하듯 김민희는 매니저의 SNS를 통해 선물 인증샷을 남기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이 모든 효과는 '아가씨' 히데코로 인해 파생됐다. 유약하면서도 주도면밀하고, 순진한 척 하면서도 여우같은 히데코의 매력은 극중 숙희(김태리) 뿐만 아니라 영화를 접한 모든 관객들을 홀렸다. 일명 '아가씨 뽕'에 취한 몇몇 팬들은 김민희의 불륜설이 제기 된 후에도 은근슬쩍 김민희 감싸기에 열을 올렸다. 그 만큼 히데코 김민희의 마력에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감독들은 팬의 마음과 같았다. 공개적으로 '김민희를 사랑한다'고 표현했다. 시상자 이현승 감독이 두문불출 김민희에게 "민희야, 감독들은 너를 사랑한단다"라고 애정과 지지를 표명한 것.
물론 감독들이 주최하고 감독들이 마련한 자리에서 감독들이 주는 트로피인 만큼 감독들의 입장을 전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냐만은 이 한 마디에 줄줄이 쏟아질 대중의 반응은 사실상 불보듯 뻔하다. 감독이 이를 모를리 없다. 다시 말해 알면서도 눈치보지 않고 꼭 전하고 싶은 한 마디였다는 것이다. 친밀했던 적도 없지만 영화계와 대중의 거리감을 확인사살 하기에는 충분한 발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날 시상식의 일화들은 이튿날 포털사이트를 장식하며 화제를 모았다. 네티즌들은 '역시 차원이 다른 그들만의 세계네. 또 한 번 느끼고 갑니다', '암만봐도 '아가씨' 개봉 전에 터졌어야 해', '안쓰럽고 애틋해 미치겠나 봄', '걱정도 비난도 부질없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 살듯', '홍상수 부러워 할 사람들 많을 것 같다', '속앓이 하는 사람들만 바보되는 기분', '오로지 연기만 잘하면, 연기에 도움만 되면 뭐든 해도 상관없는 동네인가봐' 등 의견을 전했다.
이 날 김민희를 대신해 대리수상한 임승용 대표는 “민희 양도, 태리 양도 너무 좋은 연기를 보여줘서 고마웠다"며 "꼭 (상을)전달해서 감독님들이 민희 양을 지지해준다는 것을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트로피와 감독들의 애정어린 마음을 전달받은 김민희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리고 어떤 멘트로 화답할지 새삼 궁금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