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전문 홈쇼핑인 홈앤쇼핑의 면세점 지분 매각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중기청은 '헐값 매각'이라는 주장인 반면 홈앤쇼핑의 대주주인 중기중앙회는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정당하게 매각했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공영홈쇼핑을 보유한 중기청이 비슷한 컨셉트의 홈쇼핑인 홈앤쇼핑에 대한 견제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기청, 홈앤쇼핑 대표 고발…"면세점 지분 헐값에 팔아"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기청은 중기중앙회에 홈앤쇼핑의 강남훈 대표를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도록 통보했다. 또 배임 행위에 따른 재산상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을 요청했다.
홈앤쇼핑은 2011년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상품 판로 확대를 위해 만든 중소기업 전문 홈쇼핑이다. 중기중앙회가 대주주로 있다.
중기청은 최근 중기중앙회에 대한 종합감사로 홈앤쇼핑에 대한 제재 사항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청은 홈앤쇼핑이 지난해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 획득 과정에서 하나투어와 컨소시엄을 이뤄 특허권을 획득한 이후 지분을 청산한 점을 문제로 삼았다.
면세점 사업으로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지분을 청산해 중기중앙회와 주주들에게 손실을 초래했다는 것이 중기청의 주장이다.
중기청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컨소시엄 설립 당시 4억원을 출자해 지분율 26.67%로 획득,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2대 주주는 2억원을 출자한 하나투어(13.33%)였다.
하지만 홈앤쇼핑은 인천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취득한 직후 유상증자에 불참해 최대주주 지위를 스스로 상실했다. 또 같은 해 말에는 보유하고 있던 주식(8만주)을 액면가 5000원에 매각했다.
중기청은 당시 금융투자업계가 중소기업 면세점의 가치를 최대 7000억원 선으로 추산한 점을 고려하면 액면가대로 주식을 청산한 것은 '헐값 매각'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강 대표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위반과 상법상 특별 배임
·민법상 임무 해태·형법상 배임·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중앙회 "안팔았으면 오히려 손실"중기청의 이번 지적에 대해 중기중앙회와 홈앤쇼핑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중기중앙회는 신규 면세점이 계속 늘고 있고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홈앤쇼핑의 결정을 '헐값 매각'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또 중기중앙회는 홈앤쇼핑이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증자에 참여하려면 215억원을 추가 출자해야 하는데 홈앤쇼핑과 면세점 사업의 연계성이나 중소기업 지원 명분이 약했다고 반박했다.
홈앤쇼핑 역시 면세점 투자 철회를 결정한 시점이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이뤄진 7월보다 4개월 빠른 시점인 3월에 이뤄졌기 때문에 배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을 때 발생하는 사업 손실에 대한 우려도 홈앤쇼핑이 사업 철수를 결정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M 면세점의 최대주주인 하나투어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8724억원으로 사업자 선정 직후인 지난해 7월13일 9525억원보다 801억원 감소했다. SM면세점은 올해 1분기에 매출 190억원, 영업손실 67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2분기에는 70억원대 중반의 손실을 봤다.
만약 홈앤쇼핑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200억~300억원을 투자했더라면 더욱 큰 손실을 입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 홈앤쇼핑의 주장이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 참여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추진했던 일인데 막상 참여한 뒤 검토를 해보니 중소기업이 유지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다"며 "사업성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청 홈앤쇼핑 견제?중기청과 중기중앙회의 이번 갈등에 대해 일부에서는 공영홈쇼핑을 운영 중인 중기청이 경쟁사인 홈앤쇼핑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기청은 지난해 7월 홈앤쇼핑과 비슷한 컨셉트의 공영홈쇼핑을 개국했다. 두 쇼핑몰 모두 중소기업 상품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 만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영홈쇼핑을 운영하는 중기청이 경쟁사인 홈앤쇼핑을 견제하기 위해 대표 고발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은 설립 취지부터 취급 품목까지 많은 부분이 겹친다"며 "두 홈쇼핑을 운영하는 중기청과 중기중앙회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중기청은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이번 감사 내용은 감사 기간인 2013년부터 2015년까지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 둘 다 중소기업들을 위한 홈쇼핑인 만큼 다같이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