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2)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2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의 교보생명 빌딩 컨벤션홀에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나설 선수 명단을 발표한다. 이번에 발탁된 선수들은 9월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중국과 1차전, 그리고 9월 6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리는 시리아와 2차전 원정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
명단 구성에 심사숙고 중인 슈틸리케 감독은 앞으로 1년 여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대장정을 치러야 한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써야 한다. 그가 선택할 23명의 선수 명단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기존 멤버+올림픽 멤버=???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2연전 명단 발표를 앞두고 어느 정도 머릿속에서 구성을 마쳤을 것으로 보인다.
시즌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 K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되고, 이제 막 시즌에 돌입한 유럽파 선수들도 팀 합류가 가능한 시점이다. 손흥민(24·토트넘) 등을 비롯해 기존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이재성(24·전북 현대),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잠시 대표팀을 떠났던 이청용(28·크리스탈 팰리스) 등이 무난히 승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성용(27·스완지 시티)은 군사 훈련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의 발탁 여부다.
대표팀 코치인 신태용(46) 감독이 올림픽을 마치고 슈틸리케팀에 복귀하면서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의 '승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비록 메달은 따내지 못했지만 조 1위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만큼 A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일단 올림픽 활약 여부를 떠나 슈틸리케팀 합류가 확실해 보이는 선수는 역시 권창훈(22·수원 삼성)이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폭넓은 활용이 가능한 권창훈은 매력적인 카드다. 이미 A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는 점도 승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그 외에도 류승우(23·레버쿠젠)와 정승현(22·울산 현대) 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신 감독은 말을 최대한 아꼈다. 그는 지난 17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해줬고, 내 입장에서는 모두 다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그건 (슈틸리케)감독님이 알아서 하실 부분"이라고 말했다.
◇황희찬, A대표팀 첫 승선 올림픽팀에서 '승격'한 첫 번째 선수는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 될 예정이다.
축구계 복수의 관계자는 지난 18일 "황희찬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나서는 A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대한축구협회가 황희찬의 소속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차출 공문을 보냈다"고 전했다. A대표팀 첫 승선이다.
그만큼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준 활약이 두드러졌다. 독일과 2차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조1위(2승1무)를 이끌었다. 안정환 본지 해설위원은 황희찬을 이번 올림픽 최고의 수확으로 꼽으며 "슈틸리케 감독이 언제쯤 뽑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예의주시할 만하다"고 극찬했다.
안정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멕시코와 3차전을 앞두고 황희찬에 대해 "기존에도 좋은 선수로 생각했지만 올림픽 1, 2차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지금까지의 평가보다 더욱 돋보였다"고 칭찬했다. 포지션 경쟁자인 황의조(24·성남FC)가 요새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황희찬 발탁의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황희찬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돌파형 스트라이커로서 루이스 수아레스(29·바르셀로나)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1996년 1월 26일생으로 만 20세인 그는 이번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제일 막내였지만 두터운 신뢰를 받았다. 빠른 스피드와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며 자신의 진가를 알렸고, 창의적인 플레이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역대 월드컵대표팀은 23명 명단에 20대 초반의 유망주를 포함시켜 차기 월드컵을 대비하게끔 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로서 러시아 월드컵 유망주 한 자리는 황희찬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황희찬이 형들 사이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