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8월을 76승 1무 42패로 마감했다. 승패 마진은 '+34'다. 패한 경기보다 34번이나 더 많이 이겼다는 의미다. 다른 팀이 범접할 수 없는 부동의 1위다.
구단 창단 이래 최다 타이 기록이기도 하다. 두산의 전신 OB는 프로야구 원년 우승을 차지했던 1982년에 +34를 세 차례 기록했다. 그해 9월 23일에 55승 21패, 26일 56승 22패로 '+34'를 찍었다. 시즌 최종 성적도 같았다. 80경기 체제에서 +34인 56승 24패로 시즌을 끝냈다. 전후기리그 합산 승률은 딱 7할(56승 24패)이었다.
이후 두산은 단 한 차례도 '+34'의 벽을 넘어선 적이 없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1995년(+27)에도 이 정도 성적은 내지 못했다.
올해는 원년 우승의 신화를 뛰어 넘을 기세다. 승률 0.644인 두산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5할 승률보다 +1승만 더 하면 1982년보다 더 많은 승패 차로 시즌을 끝낼 수 있다. 35년 만에 '+35' 이상의 마진을 기록하는 구단 신기록이 탄생한다.
역대 두산보다 승패 마진이 더 높았던 사례는 9번 나왔다. 역대 1위는 '무적함대'로 불렸던 2000년의 현대다. 무려 +51(91승 2무 40패)이나 된다. 역대 한 팀 최다 91승을 올렸으니 가능한 일이다. 이해 현대에는 18승 투수 세 명이 있었다. 두산이 이 기록을 넘으려면 남은 25경기에서 17승 8패(승률 0.680)를 해야 한다. 쉽지만은 않다.
또 1985년 전후기 통합 우승팀 삼성이 +45(77승 1무 32패), 1991년 해태가 +37(79승 5무 42패), 1992년 빙그레가 +38(81승 2무 43패), 1993년 해태가 +39(81승 3무 42패), 1998년 현대가 +36(81승45패)를 각각 기록했다. 2000년 현대의 역대 최다승 폭풍이 몰아친 뒤에는 2002년 삼성이 +35(82승 4무 47패)를 기록했다. SK는 2008년 +40(84승 43패), 2010년 +37(84승 2무 47패)를 기록했다. 두산이 +35 이상의 승패 마진을 올린다면 6년 만의 기록이 된다.
두산의 올 시즌 승률은 0.644. 이 승률을 유지한다면 남은 경기에서 16승 9패를 기록할 수 있다. 2000년 현대와 1985년 삼성에 이어 역대 세 번째에 해당하는 +41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
두산에게는 기분 좋은 훈장이다. 앞서 언급된 팀들은 당연히 그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당대 가장 막강한 위력을 뽐내는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규 시즌 성적은 3위였다. 포스트시즌에서 상위 팀들을 하나씩 꺾고 왕좌에 올랐다. 올해는 다르다. 그냥 1위도 아닌, 압도적인 선두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35년 만에 '+35' 이상을 넘보는 두산의 마지막이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