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쭉바익' 거리. 현지 중산층과 부유층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소위 '핫한' 동네인 이 곳에 한국 술집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펼쳐졌다. 하이트진로가 마련한 소주 팝업스토어 '진로소주포차'을 찾은 현지인들이 각자 일행과 소주잔을 들고 "못·하이·바" (베트남 어로 '하나·둘·셋'이란 의미로 '건배'할 때 주로 쓰인다)를 외치며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한국식 테이블에 한글 벽지, 한국 노래가 흘러나오는 이 곳은 그야말로 또 다른 한류 현장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닷(남·23)은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라며 "드라마에서 본 대로 한국 식당에서 소주와 함께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베트남 필두로 동남아 공략
하이트진로가 베트남 주류 시장 선점에 시동을 걸었다. 동남아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통해 베트남·필리핀·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5년내 수출 실적을 최대 7배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독한 술을 한 번에 마시는 베트남 시장을 감안해 '참이슬'(17.8도)과 함께 '진로 24'(19.9도)를 선보이고 있다. 그 동안 베트남 소주시장은 교민과 관광객 중심으로 한정적으로 형성돼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소주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현지 젊은 층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지난 3월에는 베트남 현지법인도 설립했다. 지난달 27일 베트남 하노이 쭉바익 거리에 문을 연 하이트진로 팝업스토어 진로소주포차. 하이트진로 제공
지난달 27일 팝업스토어인 진로소주포차를 오픈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현지 젊은이들과 관광객 등이 몰리는 지역에 포차를 열어 한국식 주류문화를 전파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일회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팝업스토어 진행 노하우와 성과를 바탕으로 자사의 주류를 전용 판매하는 한국식 프랜차이즈 식당 '진로포차(가칭)'를 론칭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2017년 1호점 오픈 후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화해 2020년에는 10개로 확대, 지속적인 브랜드 홍보와 판매 기반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베트남 하노이 쭉바익 거리에 문을 연 하이트진로 팝업스토어 진로소주포차에서 하노이 시민들이 소주를 즐기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또 고도주에 익숙한 현지인을 위해 올 가을 19.9도의 '참이슬 클래식'을 출시하는 등 현지에 맞는 제품도 잇달아 선보인다. 이를 통해 향후 판매량이 안정되면 현지 생산도 검토할 방침이다.
아울러 오는 10월에는 한국-베트남 공동 제작 드라마 '오늘도 청춘2'에 진로24와 참이슬로 간접광고(PPL)도 진행한다. 한국 배우 강태오와 베트남 최고 여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데 이 드라마는 베트남 국영방송국 VTV에서 방영된다. '오늘도 청춘1'은 지난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인기 드라마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장은 "베트남은 높은 경제 성장률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물류의 요충지로서 인도차이나 벨트 시장 공략에 가장 중요한 전략 국가"라며 "기회 요소가 많은 만큼 한국형 음주문화를 활용한 전략적 접근으로 현지인 시장을 공략, 소주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거점 '소주 세계화' 추진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기반으로 '소주 세계화'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베트남·필리핀·태국 등 이 지역 주요 국가들로의 소주 수출은 최근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류에 대한 관심이 대중문화에 이어 주류에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하이트진로의 동남아시아 수출실적은 694만 달러(약 77억500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성장했다. 연간 수출실적은 31.6% 늘어난 1705만 달러(190억4500만원)로 전망된다. 동남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은 2011년 이후 26.9%, 41.3%, 31.6%, 106.6%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그 동안 동남아시아 지역을 새로운 해외 성장시장으로 보고 현지기업 제휴, 법인설립, 신제품 출시 등 국가별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영역을 확대해 왔다.
이를 위해 하이트진로는 다양한 현지화 전략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전략 국가를 선정해 선택과 집중으로 빠른 시일 내에 현지화에 안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주변국가로 현지화 전략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경제성장, 인구, 주류소비 성향 등을 고려해 베트남·필리핀·태국·캄보디아를 소주 세계화를 위한 전략 국가로 선정했다. 이들 국가로의 2015년 소주 수출규모는 23만 상자였으며, 올해 전망치는 28만4000상자다. 하이트진로는 5년 뒤인 2020년에는 지난해의 4배인 101만8000상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 해외 매출 5300억 목표
하이트진로는 베트남에서 쌓은 노하우를 필리핀·태국·캄보디아 등 동남아를 비롯해 미주·유럽 등에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구체적으로는 회사 설립 100주년을 맞는 2024년까지 지난해 보다 해외 매출 450% 성장과 수출액 53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2024' 를 제시했다.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가 지난달 31일 멜리아 하노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비전 2024를 발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달 31일 멜리아 하노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968년 동남아로 처음 수출한 나라가 베트남으로, 늦게나마 법인을 설립한 데 대해 감회가 남다르다"며 "이들은 문화 흡수에 유연해 한국식 주류 문화도 빠르게 흡수할 뿐만 아니라 전파에도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베트남을 중심으로 태국·미얀마·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향후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4년을 목표로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위상을 떨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