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지도자 중 김인식 감독만큼 국제대회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룬 이는 없다. 모두가 '어렵다'고 할 때 때론 기적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김인식호 대표팀은 한국 야구 중흥에 한 몫을 했다.
김인식 감독은 두산 감독이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 코치로 프로선수가 주축이 된 대표팀 첫 코칭스태프가 됐다. 당시엔 '드림팀'이라고 했다. 대표팀 감독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이 처음이다.
부산아시안게임은 1986년 서울아시아드 이후 16년 만에 홈에서 열리는 대회였다. 야구 대표팀은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2연속 우승을 노렸다. 부담은 컸지만 이겨냈다. 예선 풀리그에서 4전 전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4차전에선 일본에 9-0 완승을 거뒀다. 준결승과 결승에선 각각 중국과 대만을 꺾고 대회 2연패를 이뤄냈다. 5경기에서 딱 5점만 내 준 마운드의 짜임새가 돋보였다. 첫 출항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인식호는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 성공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과였다. 대표팀은 일본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3전 전승을 거뒀다. 이어 미국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도 일본-미국-멕시코와 한조를 이뤄 3전 전승을 기록했다. '숙적' 일본과는 1,2라운드 도합 두 번의 맞대결을 펼쳐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기형적인 일정 탓에 일본과 준결승에서 다시 만났고, 0-6으로 패하며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대표팀은 6승1패로 대회를 마무리했고,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성적은 5승3패였다.
김인식 감독은 2009년 열린 2회 WBC 사령탑을 또 한 번 잡았다. 첫 대회의 4강은 '우연'으로 치부되는 자리였다. "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해냈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된 A조 2회전에서 일본에 2-14로 대패했지만 중국을 꺾고 순위결정전에 진출했다. 그리고 1라운드 최종전에서 일본을 1-0으로 제압하며 2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미국 펫코파크에서 열린 2라운드 1회전에서 멕시코, 2회전에선 일본을 연이어 꺾었다. 하지만 쿠바를 꺾고 기사회생한 일본을 순위결정전에서 다시 만나 2-6으로 패했다. 분위기가 한풀 꺾인 대표팀의 준결승전 상대는 베네수엘라였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선수단 절반 가까이가 현역 메이저리거였다. 준결승전 선발투수도 '빅리그 70승' 카를로스 실바였다.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지만 10-2 대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비록 일본에 3-5로 패하며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대표팀은 시종일관 끈끈한 경기력으로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김인식호는 다시 우승을 일궈냈다. 역시 쉽지 않았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윤성환과 안지만, 임창용(이상 당시 삼성)이 해외 원정도박 파문에 휩싸였다. 에이스 감으로 손꼽혔던 윤석민과 양현종(이상 KIA)도 부상으로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역대 최약체'란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국제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한 초대 대회에서 김인식호는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최대 승부처인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선 0-3으로 뒤진 9회 4-3으로 역전에 성공, 드라마를 완성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감독 김경문) 이후 7년 만에 국제대회에서 우승컵을 한국에 안겼다. 김 감독 개인에게는 2002년 이후 13년 만의 국제대회 우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