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적용된 5위 와일드카드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전부터 상위권은 한국시리즈, 플레이오프(PO) 직행 티켓이 중요하다. 하지만 5위에도 포스트시즌 진출권이 부여됨에 따라 하위권 팀들도 후반기를 ‘총력전’으로 치른다. 올시즌엔 8위 롯데와 9위 삼성까지 아직 5위 싸움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가뜩이나 타고투저 시즌. 선발은 일찌감치 무너진다. 불펜에 부하는 더 걸린다. ㈜스탯티즈가 집계한 ‘시즌피로도’를 기준으로 후반기 불펜 혹사 우려를 점검했다.
▶SK, 불펜 운영 원칙이 무너졌다
시즌피로도는 빌 제임스 보스턴 레드삭스 고문이 고안한 공식을 다소 변형한 것이다. 매 등판마다 투구수에 휴식일별 가중치를 더한 값을 구한 뒤 누적한다. 정교한 공식이라고는 하기 어렵지만 ‘투수는 자주, 많이 던질수록 부상 우려가 높아진다’는 기본 전제를 갖고 있다.
전체적으로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피로도는 낮아졌다. 10개 구단 전체 9526에서 8382로 12% 감소했다. 공식 특성상 올스타 브레이크 휴식기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기존 선수 대신 2군에서 새로 올라오는 투수들의 경우 낮은 피로도에서 시작한다. 10개 구단 중 피로도가 증가한 팀은 SK와 LG 밖에 없었다.
김용희 SK 감독은 지난해부터 올해 전반기까지 가장 모범적으로 불펜을 운영했다. 전반기 SK의 불펜피로도는 758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았다. 그러나 후반기엔 1014로 한화(106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무려 33.8% 중가다. LG의 경우 9% 증가였다. 후반기 SK의 불펜은 추격조와 필승조 구분 없이 운영되고 있다.
▶‘필승조=혹사조’
불펜 전체로는 피로도가 감소했다. 하지만 혹사는 유능한 불펜 투수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전·후반기 구단 별로 피로도가 가장 높은 투수 세 명씩을 추렸다. 이들의 후반기 피로도 총합은 2730으로 전반기(2590)보다 5.4% 늘었다. 올스타브레이크를 감안하면 체감 증가는 5.4%를 넘어선다.
역시 SK가 전반기 222에서 후반기 277로 증가율(25.0%) 1위였다. 박민호(94), 채병용(93), 전유수(90)가 모두 90을 넘겼다. 증가율은 KIA(18.1%), NC(16.8%), LG(12.4%), 롯데(12.3%) 순이었다. 1~5위 중 네 팀이 4, 5위 경쟁을 치르고 있다. 순위 경쟁은 불펜 피로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다. 각 구단 감독들은 시즌 전 ‘원칙’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KIA는 7월 1일 늦은 시즌 데뷔전을 치른 임창용이 벌써 피로도 85를 기록했다. NC의 원종현(99)과 김진성(97)은 전반기에도 피로도 1, 3위를 기록했다. 후반기엔 장현식(117)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LG는 김진용(104)의 어깨에 부하가 걸려 있다. 그러나 후반기 2, 3위인 이동현과 봉중근의 피로도는 70대로 무난한 편이다. 롯데는 베테랑 이정민과 윤길현이 80대, 이성민이 78이다. 후반기 피로도가 높아졌지만, 전반기 피칭을 아낀 덕에 우려 수준은 아니다.
절대수치로는 역시 한화(366)로 단연 1위다. 한화는 유일하게 전·후반기 피로도 1~3위 투수가 모두 100을 넘겼던 팀이다. 후반기엔 송창식(150), 권혁(111), 심수창(106) 순이다. 송창식과 권혁은 모두 팔꿈치에 통증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김성근 감독은 ‘9월 총력전’을 선언했다. 피로도 1~3위 투수가 모두 90이상인 팀은 한화, NC, 그리고 SK다.
▶어느 감독이 모범적이었나
두산은 흥미롭다. 후반기 피로도는 270으로 전반기에 비해 5.8% 상승했다. 그런데 피로도 1~3위 투수 이름이 전반기(정재훈 진야곱 오현택)와 후반기(윤명준 고봉재 이현호)에 싹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불펜 전력이 약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부담을 분산시키는 운영을 하고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전반기 258이던 주력 불펜 피로도를 228로 낮췄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다. 다만 여기에는 안지만과 심창민의 1군 이탈이라는 변수가 작용했다. 심창민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해 두 번 3일 연투를 했다.
10개 구단에서 가장 불펜을 덜 혹사시킨 사령탑은 넥센의 염경엽 감독이다. 넥센 피로도 상위 3명 수치는 전반기 244에서 후반기 231로 –5.1% 감소했다. 후반기 절대 수치는 9번째로 낮다. 이보근과 김상수, 이정훈의 피로도 수치는 모두 70대다. “지난해 혹사를 시켰다. 올해는 투수를 보호하겠다”는 말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