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DMZ영화제' 개막을 약 2주 앞두고 조재현 집행위원장이 출품작 5작품을 추천했다.
개막작 '그 날' (One Warm Spring Day/정수은/2016/83m/한국)은 가장 자신있는 작품 중 하나다. 지난해 DMZ국제다큐영화제 신진다큐멘터리작가 제작지원작이다. 전쟁 포로로 남한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외할아버지의 역사를 더듬어가는 감독 본인인 손녀의 여정을 담고 있다. 한국전쟁과 분단이라는 비극의 역사를, 할아버지와 어머니 세대의 상처를 젊은 세대의 손길로 용감하게 어루만진다.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에 대한’ (Tale of Love, Madness and Death/미쟐 부스토스/2015/23m/칠레)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할머니, 그리고 그 두 사람을 돌봐야 하는 할아버지. 하지만 그들을 돌볼 능력이 없는 할아버지는 아들과 아내 중 한 명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스페인 특유의 음악 선율과 통속적 가사가 인물의 무력한 표정과 대비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비극적 정서가 아름답다.
'공동정범’ (The Remnants/김일란, 이혁상/2016/115m/한국)은 생존자 증언으로 용산 참사 당시 망루를 재현한 ‘두 개의 문’의 속편이다. 2015년 10월, 경찰관을 죽였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수감되었던 철거민들이 6년 전 용산참사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부당한 재개발 정책에 맞서 함께 망루에 올랐고, 농성 25시간 만에 자행된 경찰특공대의 폭력 진압에 저항했던 그들. 남일당 망루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왜 아직도 용산 참사가 끝나지 않았는가를 보여준다.
'남아있는 나날' (Twilight of A Life/ 실뱅 비글라이즌/2015/65m/벨기에, 이스라엘)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95세 어머니와 그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하는 아들의 이야기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머니가 어떻게 ‘나이 들어감’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준비하는지를 유머러스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병상에 누워서도 여전히 삶을 즐기는 어머니에게 바치는 한편의 시와 같은 작품. 온 가족이 함께, 특히 부모님과 함께 보기를 추천한다.
'앙뚜’ (Becoming Who I was/ 문창용, 전진/2016/85m/한국)은 라다크에 사는 6살 평범한 소년,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소년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는다. 환생한 부처 ‘린포체’로 인정을 받으려면 소년의 전생의 사원이 있던 티베트로 가야하지만 중국의 종교탄압에 가로막혀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린포체’가 되기 위한 소년과 그를 돌보는 노승의 일상생활 속을 깊숙이 바라본다. 제작기간 8년이라는 장시간의 촬영을 통해 아이에서 사춘기 소년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노승과의 갈등과 화해를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한편 'DMZ다큐영화제'는 22일 DMZ 내 캠프그리브스에서 개막식을 갖는다. 29일까지 고양 메가박스 백석, 메가박스 파주출판도시, 김포아트홀 연천 수레울아트홀에서 개최된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