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10년도 아니고 무려 영화 인생 20년이다. 말로 해 무엇하랴. 영화와 함께 울고 웃으며 지금까지 동고동락하고 있다. 지금도 영화가 좋고 영화를 할 때 진정으로 행복하다는 영화 제작자 장원석 대표(40)를 만났다. 영화 '터널'로 '2016년 영화 흥행 3위'라는 기분 좋은 성적표를 거머쥔 그는 이번에 브라운관으로도 진출했다. 20년 지기 든든한 절친 장항준 감독과 그의 아내 김은희 작가와 함께 MBC '무한도전-무한상사 2016'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절친들과의 작업에 누구보다 행복했지만 '무한상사'를 준비하는 내내 빠듯한 촬영 일정과 뜨거운 관심으로 인한 부담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장 PD는 "장항준 감독과 함께 진지한 것도 잘한다는 걸 보여주자고 시작했다가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면서 '무한상사'의 제작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다.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롭지 못해 고생한 것. 그런 걱정과 달리 지난 3일과 10일 2주 연속 공개된 '무한상사 2016'은 열띤 호평을 받으며 13~1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장 PD는 "이제야 안심하고 발 뻗고 잔다"며 환하게 웃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영화 '터널'과 '무한상사'로 정말 바쁜 여름을 보낸 것 같다.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터널' 같은 경우는 어차피 후반 작업까지 끝내고 홍보 마케팅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그래도 내가 참여해야 할 부분이 있었는데 그때 '무한상사' 작업이 시작됐다. 영화 '목숨 건 연애' 스태프들이 많이 참여해줬다. '무한도전' 자선경매 특집 때 '목숨 건 연애' 팀이 하하를 낙찰받아서 촬영한 적이 있는데 그러고 보니 '무한도전' 팀과 계속 연이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영화를 하는 것이었나. "어렸을 때부터 영상물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시네마천국'이란 영화를 봤는데 평범한 사람이 조그마한 섬마을에서 감독이 되는 걸 보고 '감독은 아무나 될 수 있구나!' 생각했다. 중학교 때 매주 영화를 보러 갈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다. 그때부터 꿈이 중앙대학교 영화과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그 목표만을 향해 달려왔고 '일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처럼 목표를 이뤘다. 물론 중간에 자퇴해서 졸업은 못 했지만 그만큼 빨리 영화계에 뛰어들어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있었다. 권위주의에 빠지지 않고 게을러지지 않은 상태로 평생 이 이 일을 하고 싶다."
-'터널'의 700만 성적표에 대한 만족감은. "대만족이다. 1000만 관객 돌파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예전에 영화 '왕의 남자'란 작품에 제작 실장으로 참여하면서 1000만 영화가 탄생하는 걸 지켜봤다. 그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되면 좋겠지만 1000만 영화는 조금 더 나이가 먹고 하고 싶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벌써 1000만이 되면 목표를 상실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때까지 천천히 손익분기점만 넘는 영화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정우의 하드캐리가 아주 중요한 영화였다. "국내 몇몇 그런 연기력이 보증된 톱 배우들이 있다. 하정우같은 경우는 그런 연기력을 갖추면서도 관객의 절대적 신뢰를 얻는 배우 중 하나다. 그래서 섭외 0순위였다. 김성훈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을 때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건 하정우를 놓고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하정우는 다른 영화들을 통해서 혼자 '하드캐리' 하는 걸 많이 보여준 바 있다. 그래서 바로 제안했다."
-개인적으로 '탱이'가 인상적이었다. "무대 인사를 할 때 하정우가 혼자서 많이 했다. 혼자 하면 썰렁하니까 영화 보신 분들한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탱이 인형을 만들었다. 탱이가 너무 귀여우니까 사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왔다. 인형 만드는 공장에 원래 재고가 많았는데 순식간에 다 팔리고 지금도 재고가 없다고 들었다.(웃음)" -'탱이'의 선발 기준은. "퍼그가 불쌍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둔한데 얼굴에 측은함이 있다. 김성훈 감독은 연민이 가고 측은해 보이는 개를 원했다. 난 귀엽고 깜찍한 개가 어울리지 않겠냐고 했었는데 감독의 의견대로 퍼그로 결정했다. 그래서 직접 퍼그 2마리를 분양받아서 조련하는 분이 조련한 후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이 끝난 후에는 조련한 분이 직접 분양해 잘 키우고 있다."
-이 작품이 처음부터 잘될 줄 알았나. "시나리오 초고를 보고 울고 웃고 했다. 진짜 재밌었다. 근데 모든 제작사가 영화를 만들 때 재미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 극장에서 300개 이상의 스크린을 가지고 공개되는 영화들은 투자사, 제작사가 확신을 가지고 만드는 영화다. 하지만 흥행은 관객들이 재밌게 봐주느냐, 안 봐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솔직히 '터널'은 잘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개봉 앞두고 계속 불안했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긴장됐다. 시험 성적 발표하는 날 같은 느낌이었다."
-김성훈 감독과 '끝까지 간다'부터 '터널'까지 '흥행 케미'가 좋은 것 같다. "김성훈 감독과 첫 번째 작품은 공동 제작이었다. 이번에 '터널'을 같이 하게 된 건 중간에 연결해준 대학교 선배가 있었다. 그분을 통해 정리가 잘 되어 다시 연이 닿았다.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잘 맞는다."
-김성훈 감독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나. "남의 말을 잘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겸손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매사 열심히 한다. 정말 열심히 한다. 촬영 준비할 때도 그렇고 시나리오 쓸 때도 그렇다. 뭐든 열심히 하면 답이 있는 것 같다."
-잘되는 영화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고 탄탄해야 한다. 다음은 탄탄한 이야기를 그대로 잘 구현해야 한다. 그 부분에서 가장 큰 몫을 담당하는 게 감독과 주연 배우, 스태프다. 그리고 관객 입장에서 재밌게 받아들이면 잘되는 영화가 된다. 그런데 관객이 재밌다고 느끼는 정확한 기준은 없다. 전문가 집단과 일반 대중의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흥행에 대한 예상이 꼭 일치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 대중의 눈높이로 보기 위해 노력한다."
-올해 계획은. "영화 '목숨 건 연애'가 12월에 개봉한다. '대장 김창수', '범죄도시'. '기억의 밤' 등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들어가야 하는 작품이다. 또 바빠진다."
-지금도 영화가 좋은가. "영화가 너무 좋다.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것 중에 최고의 매체가 아닌가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열정적인 마니아가 많다. 영화를 계속 사랑하면서 일하고 싶다."